"윤달 오기 전에" 10월 초 '결혼 전쟁'

예식장들 24일 이전 주말·공휴일 예약 꽉 차 / 가전업계도 호황…직장인들은 축의금 부담

4년 만에 돌아온 가을 윤달(10월24일~11월21일)로 인해 10월 초에 결혼식이 집중되는 등 도내 웨딩업계가 때 아닌 ‘결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결혼 성수기인 가을철과 윤달이 겹치면서 ‘윤달에 결혼하면 조상의 음덕을 받지 못한다’,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 금실에 문제가 생긴다’라는 등의 속설로 윤달을 피해 결혼을 서두르거나 늦추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내 대부분 예식장의 10월24일 이전 주말과 공휴일의 예약은 이미 꽉 찬 상황이며, 24일 이후 예약 일정은 대부분 비어있는 실정이다. 이를 대변하듯 최근 주말 예식장 인근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웨딩 사진업계나 외식업계, 여행업계의 사정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신혼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전주 A여행사는 “가을철은 보통 가족단위 여행객보다 신혼여행 비중이 월등히 높다”며 “하지만 올해는 윤달이 끼어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예약을 하는 고객들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백화점이나 가구점, 전자제품 업종은 윤달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10월 초에 집중된 결혼식으로 가전제품, 가구, 침구, 주방용품 등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전주점은 윤달을 피해 혼수 특별 세일전에 돌입했으며, 삼성과 LG, 하이마트도 가을 예비부부를 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32·전주 효자동)는 “부모님들이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사이에 싸움이 잦게 된다’면서 윤달에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셔서 예식비용을 더 주고라도 윤달을 피해 날짜를 잡았다”고 말했다.

 

10월 초 집중된 결혼식으로 직장인들은 때 아닌 결혼식 축의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주말 사이 결혼식장만 5곳을 다녔다는 직장인 김모씨(39·전주 송천동)는 “10월 들어 결혼식만 8곳을 갔고 장례식장도 4곳을 갔다”며 “축의금 등으로 어림잡아 60만원 이상 지출되는 등 올 가을은 ‘잔인한 가을’이 되고 있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