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만큼 거둔다…전민재 "2016년엔 세계 제패"

인천 장애인AG 한국 첫 2관왕 /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金 이어 광저우AG 銀 한풀이 / 뇌성마비 딛고 20대 중반 운동 시작 '인간승리' 감동

▲ 20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100m T36 결승에서 한국 전민재가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여자 뇌성마비 트랙 단거리에서 세계적 기량을 선보여 온 전북 출신 전민재(37)가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이틀 연속 금빛 질주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전라북도 스파이크연맹 소속 전민재는 20일 속개된 100m T36 결승 레이스에서 전날 200m에 이어 1위로 골인하면서 금메달을 또 다시 목에 걸었다.

 

전민재는 이날 두 번째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선수 대회 첫 2관왕의 영광도 누렸다.

 

대회 전부터 “금메달 2개를 꼭 따고 싶다”는 밝혔던 자신의 소망을 이룬 전민재는 이로써 2010년 중국 광저우 대회 은메달의 한을 풀며 생애 처음으로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숙원을 이루게 됐다.

 

1977년 진안군 진안읍에서 아버지 전승천(68)씨와 어머니 한재영(58)씨의 딸로 태어난 전민재는 다섯 살 때 원인모를 뇌염을 앓으면서 생긴 뇌성마비 후유증으로 상반신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전민재의 청소년기는 스스로 “스무살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표현한 심정처럼 불우했다.

 

전민재의 삶은 늦깎이 중학생이던(당시 26세) 2003년에 학교 체육교사의 제안으로 시작한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전민재의 튼튼했던 다리와 불굴의 투혼은 육상 입문 첫 해에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금메달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준다. 전민재는 이후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0m 200m 400m에서 국내 1인자로서의 9년 연속 3관왕의 금자탑을 이어왔다.

 

이어 전민재는 국제무대에서도 아시아권 선수로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다. 2010년 중국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100m, 200m 은메달을 땄고 2012년 런던 패럴림픽 뇌성마비 부문에서도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지난해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장애인 육상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최고 선수로 등극한다. 100m는 은이었지만 한국 여성 선수로는 최초이자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육상 역사를 다시 썼다.

 

이처럼 세계적인 기량에도 전민재에게는 이뤄야 할 목표가 있었다. 바로 모국에서 열리는 2014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일이다. 전민재는 이와 관련 대회 전에 2개의 금메달을 공언했고 20일 마침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전민재의 2관왕을 이끌어 낸 육상대표팀 박정호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재가 정말 자랑스럽다”며 “민재가 늘 메달을 딴다는 선수로 인식되면서 주목을 받게 돼 이번 대회에서 부담감이 심했었지만 강한 도전의식과 힘든 과정을 노력으로 극복하며 승부를 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민재는 이번 대회 2관왕을 확신한 듯 미리 써놓은 편지를 공개해 국민적 화제가 되고 있다. 전민재의 이번 편지는 뇌성마비 후유증으로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손도 뒤틀려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발가락으로 또박 또박 써내려간 편지여서 더 큰 감동을 준다.

 

편지에서 전민재는 가족과 감독에 대한 고마움, 동료 선수들에 대한 응원, 짧은 연습량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목표를 향해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해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제 전민재의 마지막 목표는 2016년을 향하고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100m, 200m를 석권해 세계 최정상임을 확인하고 선수생활을 은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인간승리의 대표적 인물로 자리매김된 전민재의 금빛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