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역사의 망루에 서서〉 출간한 임병찬 전북도민일보 사장

가난과 싸우며 자란 청년에서 50년간 언론인으로 재직한 CEO의 회고록이 출간됐다.

 

도내 원로 언론인인 임병찬 전북도민일보 사장이자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79)가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역사의 망루에 서서> 를 냈다.(신아출판사)

 

CEO지만 “지금도 다”라는 신념으로 종사하는 임병찬 전북도민일보 사장은 이 책에서 경제적 어려움 앞에서 고군부툰하던 유년시절과 전주MBC 입사 이후 평에서 언론사 CEO로 활동한 흔적을 고스란히 담았다.

 

도내 언론의 산증인인 그는 “50년간의 언론인으로 걸어온 길에 족적을 남기고 싶었다”며 “중요한 대목을 추려 격동의 현장에서 고민하고, 역사의 마디마디를 기록해 후배 언론인에게 전하고자 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임 사장의 회고록 구상은 5년 전부터 시작했다. 명석한 암기력를 자랑하는 그는 책 564쪽으로 가운데 3분의 2가량을 기억에 의존해 집필했다.

 

그는 책 서문을 통해 “고난은 뼈를 여물게 하는 자양분인 만큼 어떤 환경에서도 꿈과 희망을 노래하자”고 강조했다.

 

임 사장은 지난 1965년 전주MBC에 입사하면서 언론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임원을 거쳐 여수MBC 사장과 전주MBC 사장을 지내고, 지난 1995년 6월 전북도민일보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언론인으로 잊지 못하는 사건은 1966년 6월6일 진안군 부귀면 곰티재에서 일어난 버스 추락사고와 1977년11월11일 이리역 폭발 사고다. 곰티재 사고는 정원 51명을 20명이나 초과해 승객이 탑승한 상황에서 15명의 사망자와 54명의 부상자를 낸 대형 참사였다. 그는 당시 기사거리를 찾다 휴일에 경찰서를 무심코 들렀다 소식을 듣고 참사 현장에 달려갈 수 있었다.

 

임 사장은 “이리역 폭발사고는 그날 이란과의 축구경기가 진행되던 날 택시 기사로부터 이리역에서 부상자가 속출해 헌혈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익산에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아 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며 “축구 경기 도중 일단 자막으로 ‘익산에서 원인모를 대참사’를 신속히 내보낸 일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지난 50년간 지역의 현안도 살폈다. 새만금,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LH 유치 실패 등 당시 상황을 기술하며 담담한 심경을 기술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내가 발딛고 사는 우리 고장이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고뇌에서 지역 현안에 목소리를 냈다”며 “를 시작할 때 250만 명이었던 도내 인구가 지금은 180만 명밖에 안 된다. 도세가 위축되고 경제적으로 척박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들려주었다.

 

이는 지난 1977년 애향운동본부를 만들게 된 이유가 됐다. 이 밖에도 그는 1997년 장애인먼저 전북실천협의회장, 2000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2001년 대한적십자사 전라북도지사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언론인뿐 아니라 사회단체장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임 사장은 진안에서 태어났지만 12살 때 전주로 유학을 왔다. 가세가 기울어 전주북중 재학 시절,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학교 시험장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오직 공부만이 살 길’이라는 집념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전주고에 진학했고, 신문배달을 하며 공부에 매진했다. 재수시절에도 서울에서 과외를 하며 집에 돈을 부쳤다. 고려대에 진학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당시 전주고 배운석 교장과 전북일보 사장이었던 서정상 박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등록금을 냈다.

그는 “신건 전 국회의원과 함께 자취를 했는데 서정상 박사가 전셋집까지 마련해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임 사장은 국회의원 후보 찬조연설, 가정교사, 도색잡지 판매, 공사판 노동일 등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전주 아중천 제방을 쌓는 취로사업 공사장에 감독을 맡아 생활고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용기를 주는 ‘햄릿’의 대사와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암송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자신이 학창시절에 받은 혜택을 되돌려 주기 위해 지난 1986년부터 30년 가까이 사재를 털어 후배들에게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 등을 후원했다. 이 장학금을 받은 청년들이 직장 생활을 하며 임 사장의 아호를 딴 ‘의송회(議松會)’를 만들어 다시 장학금을 주는 릴레이에 나서며 미담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고록을 두고 신아출판사 서정환 사장은 “기복과 부침이 심했던 역사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각종 난관을 뚫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한 인간의 고뇌와 희망, 좌절과 도전의 일대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고 평했다.

 

출판기념회는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과 안홍엽 하림필에드 사장, 윤석정 재전 진안군향우회 회장, 김택수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 김광호 전주고총동창회 수석부회장, 김학수 변호사 등 지인 6인의 초청으로 오는 31일 오후 5시 호텔 르윈(옛 전주코아리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