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이언 모리스 교수는 21세기를 “서양에서 동양으로 힘의 축이 이동하는 시기”라면서 “앞으로의 40년이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하였다. 또한 ‘메가트랜드’를 쓴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세계질서는 서구 중심에서 아시아 중심으로 진화”하는 거대한 조류 속에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반도국가이자 분단국가이다. 반도국가, 분단국가라는 말이 듣기에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 민족의 한계이자 가능성이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나라로 이탈리아가 있다. 로마가 이탈리아반도의 작은 도시국가 로마시로 출발해서 세계최강의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역사는 ‘관용정신’에서 찾고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패자조차 자기들에게 동화시키는 방식만큼 로마의 제국화에 이바지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용정책 덕에 이민족을 차별하지 않는 로마가 ‘기회의 땅’이 되었고, 세계의 주민들이 자진해서 로마의 시민이 되고자 했다.
21세기를 준비하는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 바로 이 관용의 정신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접국가 한·중·일은 감정적·역사적 이견으로 이해의 충돌이 심하다. 정말이지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흔히들 반도국가 민족은 열정적이고 진취적이라는 통념이 있다. 춤과 노래를 즐 매사에 다이내믹한 우리 민족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싶다. 지나치게 열정적이다 보니 “우리가 남이가” 하는 식의 동류의식이 생겨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차별의식이 많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지역감정이다. 지역감정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미숙한 역사의식과 만나게 된다. 이 미숙한 역사관이 유전처럼 이어져 오고 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우리민족이 21세기 세계의 축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일도 바로 이 분파의식이다.
폐허 속에서 세계 최단기간에 일어선 우리 민족을 외국 언론에서는 ‘자신들이 얼마나 위대한 민족인지 모르는 민족’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관용정신’을 바탕으로 한 ‘관계의 능력’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르다는 것은 풍부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차이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바라보지 않고, 다름을 잘못됨으로 왜곡한다. 우리는 머잖아 통일한국도 대비해야한다. 통일한국이 되면 지금의 지역감정에 남북감정이라는 또 하나의 분리의식을 더하게 될 것이다. 사분오열된 분리의식이 더 갈래를 친다면 통일한국에 건강한 미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변화의 시대다. 이 조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의 능력’을 우리 안에서부터 꽃피워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져야만 대한민국이 21세기 세계의 축이 될 수 있는 건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 좋은 미래를 준비하는 첫걸음은 우리 안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