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국립박물관 승격을 위한 핵심 유물인 ‘미륵사지 사리장엄’의 보관청을 지역으로 옮기는 문제에 대해 문화재청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역이전을 반대하면서 밥그릇 챙기기를 고수하고 있지만, 주무기관인 문화재청이 정책의 일관성도 없이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보급 유물인 미륵사지 사리장엄의 전북 보관은 국립박물관 승격·신축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관청 지정 주체인 문화재청은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에 미륵사지석탑 사리장엄의 현지 보관을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한편, 미륵사지유물전시관 리모델링과 수장고를 확장해 유물 전시 및 보관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또 ‘사리장엄 특별전’을 개최해 현지 보관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유물 출토 지역을 보관청으로 지정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반복하며 결정을 미뤄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속적으로 보관청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으로, 문화재청이 국립중앙박물관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05년까지는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은 국가에서 관리했지만, 이후 광역단체장들의 요청에 따라 지방 위임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최근 이를 다시 국가에서 관리하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북도는 지난 8월 심덕섭 행정부지사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김 관장에게 전북지역 보관을 재차 요청했지만 입장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미륵사지 사리장엄의 전북지역 보관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익산을 방문했다. 김 관장의 익산 방문은 지역의 반대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사리장엄의 전북지역 보관 여부에 기류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사리장엄의 전북지역 보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게 전북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다음달 발표 예정인 국립익산박물관 건립 연구 용역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 문화계와 정치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문화재청의 일관성 있는 정책 결정이 그 어느 때 보다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이 타 지역으로 반출될 경우, 국립박물관 승격을 추진하고 있는 익산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면서 “다음달 발표되는 용역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지역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문화재청도 사리장엄 보관청 지정 문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