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체전] 금보다 값진 메달리스트 김솔지·전태진

● "다음엔 메달 색깔 바꾸겠다" 여자 펜싱 동메달 우석대 김솔지

 

“다음에는 반드시 메달 색깔을 꼭 바꾸고야 말겠습니다.”

 

제주에서 열리는 95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해 아쉽게 동메달을 따낸 펜싱의 우석대 4학년 김솔지(22)선수의 기죽지 않는 포부다.

 

김솔지는 29일 제주도 서귀포시 문정읍 대정문화체육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일반부 플러레 개인전에 출전, 결승전 직전에 아깝게 졌다.

 

김솔지는 이날 1회전에서 울산의 이한솔 선수를 15-6으로 가볍게 제압한 뒤 8강 전에서는 제주의 김나리 선수에게 기권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충북대표로 나선 강자 임승민으로 객관적 전력으로도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대.

 

하지만 메달 색깔을 다투는 4강전이 시작되자마자 김솔지의 칼날은 임승진을 향해 정확히 찔러 들어가며 내리 3점을 따냈다. 상대선수의 반격이 있었지만 2점만을 허용하고 내리 2점을 따내 5-2 리드를 지켜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기장은 이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로 술렁였다.

 

그러나 역시 임승민은 강했다. 큰 키를 앞세운 임승민은 내리 4점을 따내며 역전에 성공한다. 김솔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재역전에 성공했지만 예기치 않은 반격으로 7-7 동점을 허용한다.

 

김솔지의 약점을 파악한 상대는 연이어 득점에 성공하면서 1회전을 11-9로 앞선다.

 

2라운드에서 역전을 노린 김솔지는 임승민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밀려 결국 15-10으로 석패한다.

 

비록 동메달에 그쳤지만 김솔지의 눈빛은 투지로 빛났다. 패배한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실업선수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인천만수중과 정보산업고를 졸업한 뒤 우석대에 온 김솔지는 회장배와 대학연맹전에서 상위권에 입상한 유망주. 펜싱 관계자는 “솔지의 의지가 매우 강하고 성실해 대학 4년간 한 눈을 팔지않고 운동에만 전념해왔다”고 전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칼을 쥐면서 생긴 파워 부족이라는 단점을 보강하고 큰 대회 출전을 통해 경험과 실력을 쌓으면 대성할 선수라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기량을 인정받아 졸업 후 충남체육회 입단이 확정된 것도 그런 연유다.

 

메달 색깔이 성패를 가르는 게 체육계의 관행이지만 전국체전의 취지가 ‘우수 선수 발굴과 양성’에도 있음을 확인시켜준 우석대 김솔지 선수.

 

그래서인지 비록 원하던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훗날을 기약하며 경기장을 빠져 나오는 김솔지 선수의 눈매는 유난히 반짝거렸다.

 

● "4년뒤 아시안게임서 꼭 우승" 부상투혼 레슬링 전태진 값진 은

제95회 전국체전에 출전한 전북출신 선수 가운데 정신력으로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값진 메달을 따낸 선수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선수는 특히 개인 체급종목에서 수술로 받고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경기에 출전하는 투혼을 보여 전북선수단의 귀감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레슬링 남자대학부 자유형 70kg급에 출전한 전주대 3학년 전태진(22) 선수다.

 

전태진 선수는 안타깝게도 지난 9월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경기에 나가려면 재활치료가 끝나야 했지만 전태진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체전 20여일을 앞두고 출전을 위해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강한 몸싸움과 태클로 인해 경기 중 부상이 잦은 레슬링 경기여서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전태진 선수의 투혼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의 무릎이 완쾌되지 않아 자유롭게 상대선수를 태클공격하기도 어려웠지만 끝까지 출전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

 

이 때문에 체전 이전부터 레슬링협회 관계자들도 부상 악화를 우려했고 예선탈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그 같은 예상은 기우에 그쳤다.

 

예선전을 통과한 전태진 선수가 기어코 결승에 진출하는 부상투혼을 발휘한 것이다. 전태진의 이 같은 불꽃 투혼에 상대선수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지난 28일 제주 관광대학에서 열린 전국체전 레슬링 남자대학부 자유형 70kg급 경기는 이렇게 새로운 역사를 썼다.

 

내친김에 금메달 까지 목에 걸려던 전태진 선수의 부상 투혼은 안타깝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르는 결승전 도중 무릎 수술부위의 통증이 경기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기 때문이다. 전태진 선수는 결국 상대에게 기권승을 내주고 만다.

 

전주효문초등학교 시절 씨름으로 운동을 시작한 전태진 선수는 전북체고 1학년 때 감독의 권유로 종목을 레슬링으로 바꾼 이력이 있다.

 

“전국체전에서 좋은 결과를 낸 적이 없어 출전을 결심했다”는 전태진 선수는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는 표정이다.

 

4년 뒤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나가 금메달을 따오겠다는 그의 포부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보여준 부상 투혼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을 기약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