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산업스파이' 2명 덜미

경찰, 진공채혈관 핵심기술 빼돌린 연구원·영업직원 구속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의 핵심기술을 빼돌린 연구원 등 2명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전북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0일 진공채혈관 제작기계의 설계도면 등 핵심기술을 빼돌린 뒤 동종 업체를 차려 부당이득을 챙기려 한 A사의 전 연구개발부 차장 김모씨(40)와 해외영업부 차장 박모씨(46)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진공채혈관은 혈액을 검사용도와 용량에 맞게 채혈·운반하는 일회용 의료기기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8년 12월부터 2012년 9월 사이 A사에서 근무하면서 진공채혈관을 제작하는 기계의 설계도면 등 핵심기술 자료를 몰래 빼낸 뒤 동종 업체를 차려 동일한 기계를 생산·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A사에서 4년여 동안 근무하며 제작기계의 설계와 제작을 담당했던 김씨와 8개월여 동안 해외영업부에서 근무하면서 거래처를 관리해 온 박씨는 직접 회사를 차려 이 기계를 생산해 판매하기로 공모하고, 핵심기술 자료를 빼돌린 뒤 순차적으로 A사에서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A사의 3분의 1 가격으로 국내외 10여개 업체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했으나 계약 직전 경찰에 덜미를 잡혀 영업실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전북지역에서 의료기기 및 제작기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무독성 페트 소재 플라스틱 진공채혈관을 개발했으며, 유럽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52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A사는 이들의 범행으로 큰 영업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의 대표 양모씨(55)는 “회사에서 연구·투자해 개발한 중요한 기술이 직원들에 의해 유출돼 경쟁업체로 넘어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해외 50여 개국에 진공채혈관을 수출했었는데 현재는 10개국 이하로 떨어졌고, 생산기술이 없었던 중국 등에서도 진공채혈관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이 빼돌린 제작기계의 설계도면이 외국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의 범행은 ‘A사의 사업계획서와 같은 서류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래처 직원의 제보로 발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