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출간된‘나의 애송시’에서 김초혜 시인은 “오동은 천 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桐千年恒藏曲),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는 시를 내놓았다. 이 시는 조선 중기에 살았던 문인 신흠의 시 ‘野言’으로, 한 번 살다가는 세상의 참된 길을 제시한다.
오남구 시인은 자작시 ‘풀꽃’을 소개했다. “아내는 내일 입원을 한다/ 시는 돈이 될 수 없다/ 입원비를 마련치 못하는데/ 아내에게 시를 갖다 주면/ 꽃이 될까/ 딸들이 엄마 곁에서/ 풀꽃으로 흐느끼는 온밤”
오남구 시인이 젊었을 때 아내가 많이 아팠다. 그런데 시인은 가난했고, 입원비가 없었다. 오 시인은 ‘풀꽃’을 읽은 제자 등 주변 반응을 보면서 비로소 시인임을 실감했다고 한다.
전북 부안이 고향인 오남구 시인(본명 오진현)은 시가 좋아 평생 시를 쓰다가 지난 2010년 64세 일기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다. 1975년 ‘시문학’에서 ‘입술 푸른 뻐꾸기’, ‘푸른 밀밭’, ‘미로’가 추천 완료되어 등단했다. 시집 ‘동진강월령(1975)’ ‘草民(1981)’ ‘脫觀念(1988)’ ‘딸아 시를 말하자(2001)’ ‘노자의 벌레(2010)’ 등을 냈고, 제3회 시와 의식상(1990)과 제26회 시문학상(2001)을 수상했다.
오남구의 시는 고등학교 교과서(지학사)에도 실렸다. ‘벽, 멈추어 서 버린 그곳-하관’에는 어버이를 여읜 자식의 마음이 절절하다.
“차마 헤어질 수가 없다/ 눈길 꽃상여를 따라가다 따라가다/ 멈추어 서 버린/ 그곳, - 싸르륵// 첫 흙을 던지는 캄캄한 일순/ 벽이 보인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냉정한/ 벽, -싸르륵! 싸륵! 싸륵!...”
문학평론가 심상운 시인은 오남구에 대해 “동진강의 바람과 물과 흙이 키워낸 시인”이라고 평했다. 21세기 한국 현대시에서 ‘시의 예술성’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시인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시는 당장 돈이 될 수 없어 아내 입원비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는 오래 오래 사람들 가슴에 남는다. 최근 시인의 고향 부안에서 추진되는 오남구 시비 건립도 세상이 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