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인 듯 농부는 아닌,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색다른 재미에 푹 빠졌다. 땅 한 번 밟지 않는 ‘온라인 농부’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호주에서는 과일을 12등급으로 감지해 어느 정도 익었는지 파악해 멀리 있는 주인에게 전달하는 로봇도 있다. 위성항법장치(GPS), 온도센서, 레이더 등 첨단 장비를 장착해 과수원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전송한다. 때에 따라 직접 비료나 물을 주기도 한다. 최근 농업 현장의 변화는 빠르고 놀랍다. 사람의 일로만 여기던 것들을 점차 인터넷과 로봇, 위성 등이 대신하고 있다. ‘그게 가능해?’라며 갸우뚱하던 이들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첨단 기술 덕분이다. 이렇게 농업의 형태가 바뀌는 모습을 세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농업 혁명’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ICT와 농업의 융합, 그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농촌진흥청의 ‘스마트 팜(smart farm)’이다. 빛과 공간, 물주기의 제약을 극복해 지하나 실내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실내농장시스템으로, 생산력은 높이고 노동력은 낮췄다.
친환경 LED와 태양광 자연채광 조명 시스템을 이용하고, 공기 중의 수분을 모아 스스로 물을 공급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 빛의 양, 온도, 습도 등을 자동 또는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지난 10월 10일, 세종시에서는 ‘창조마을’시범사업 출범식이 열렸다. ‘창조마을’은 기존의 농업에 ICT 등을 접목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를 꾀함과 동시에 교육과 복지 수준을 높인 살기 좋은 농촌마을이다.
‘스마트 팜’은 물론, 농산물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스마트 로컬푸드시스템’은 ‘창조마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의 결합으로 소규모 농가와 고령 농가의 참여도 활발해질 것이다. 게다가 도·농 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스마트 러닝(smart learning)’까지 더한다면 전에 없던 농촌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도‘스마트 농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북의 농가 수는 10만 6000여 가구로 총 가구 대비 15.4%에 이른다. 전국 평균인 6.4%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며, 전업 농가의 비중도 57.8%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농촌진흥청은 전북 혁신도시에서 기술과 정보를 결합한 첨단농업을 이끌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농생명 연구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한 기술 개발과 보급에 주력하며, 부족한 농업 인력을 대신할 과학 영농 실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농업 강소국 네덜란드, 사막을 일군 이스라엘의 기적이 눈앞에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의 힘은 첨단 산업에 있다.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 좋은 농작물 생산으로 우리 농업이 나라를 이끌 미래 성장 산업으로 도약하는 그 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