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

▲ 강신재
가을 마른 가지끝에도 앉지않던 바람이

 

소지(燒紙)를 올리듯 풍등을 띄우고

 

지평선 너머

 

너울너울 밤길을 간다

 

어느만큼

 

갈길을 가늠 못하지만

 

결코 먼저가려 서두르지 않는다

 

오늘처럼 가슴저린 가을밤엔

 

그 누구의 염원인들

 

하늘 가까이 닿지않으리

 

바람인듯 떠나

 

은하인듯 흐르다가

 

바람에 스며들듯 스러지는

 

언젠가 꿈에 본

 

내 혼불인 듯

 

세월 흐르듯

 

저렇게 무심히

 

밤길 흐르다가 지치면

 

탯줄 당기듯

 

내게로 내려와 쉬려나

 

△강신재 시인은 전주 출신으로 지난 1997년 시 '탑(塔)'으로 '한국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 〈바다로 간 부처〉, 〈샵(#)의 음계로〉, 〈견훤의 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