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燒紙)를 올리듯 풍등을 띄우고
지평선 너머
너울너울 밤길을 간다
어느만큼
갈길을 가늠 못하지만
결코 먼저가려 서두르지 않는다
오늘처럼 가슴저린 가을밤엔
그 누구의 염원인들
하늘 가까이 닿지않으리
바람인듯 떠나
은하인듯 흐르다가
바람에 스며들듯 스러지는
언젠가 꿈에 본
내 혼불인 듯
세월 흐르듯
저렇게 무심히
밤길 흐르다가 지치면
탯줄 당기듯
내게로 내려와 쉬려나
△강신재 시인은 전주 출신으로 지난 1997년 시 '탑(塔)'으로 '한국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 〈바다로 간 부처〉, 〈샵(#)의 음계로〉, 〈견훤의 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