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고려장 아픔 풀어낸 몸짓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행복동 고물상' 6~7일 소리전당

 

‘치매’ ‘고려장(高麗葬)’ ‘고물’. 단어의 무게감이 녹록치 않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이 ‘말없는 말’ 무용을 통해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그리고 가장 진솔하게 드러낸다. ‘툭’ 던져 판을 벌려 놨다. ‘슥’ 담아가는 것은 이제 관객의 몫.

 

도립국악원 무용단이 오는 6~7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제23회 정기 공연 ‘행복동 고물상’을 선보인다.

 

‘행복동 고물상’은 현대적 병폐가 돼 버린 치매와 신고려장을 고물이라는 소재와 함께 풀어낸 가족 무용극. 시간을 새겨놓은 인간의 몸, 즉 노년의 삶을 무용으로 표현해 잊히는 효(孝)를 되새긴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행복동 고물상은 고물들의 천국’, ‘할아버지와 할머니’, ‘백색 치매춤’ 등 10개의 소품으로 세분화돼 있다.

 

작품은 가난한 동네 행복동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행복동의 재개발로 아들과 며느리는 할아버지 몰래 고물상 터를 팔아 돈을 챙긴다. 아들 내외에게 이끌려 해외여행에 나선 노부부는 낯선 이국 땅에 버려지고, 어느 외딴곳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을 고백하며 생을 마감한다.

 

작품의 원작자는 지난 2007년 퓨전 창극 ‘러브 인 아시아’의 대본을 집필한 양혜란 씨로 현재 분당 서울대병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출가 겸 극동대학교 연극연기학과 교수인 안경모 씨가 대본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작·편곡과 연주에는 8명의 연주자가 모여 지난 2006년 창단한 불세출이 참여한다.

 

공연 첫째 날에는 꽃상여 역 김수현, 노부부 역 문정근(前 무용단장), 노부부 역 장인숙(널마루무용단 예술감독)이 연기한다. 둘째 날은 이유미(노부부 역), 강현범(노부부 역), 김미숙(꽃상여 역)이 출연하고 비보이와 창극단, 전주예술중학교 학생들도 함께 한다.

 

도립국악원 무용단 김수현 단장은 “치매와 고려장을 주제로 춤을 추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춤인지 연기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전통 무용 동작의 호흡에 주제를 녹여 냈다”며 “무용수의 동작마다 스토리를 담아내 말하지 않아도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