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옆에는 공방이 있고, 공방 옆에는 슈퍼마켓과 갤러리가 스스럼없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상점 곳곳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오고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는 익산 중앙로 문화예술의 거리. 일상과 예술을 버무린 오묘한 조화가 있는 곳.
문화예술의 거리에 새로운 터전을 잡은 젊은 예술가들이 있다. 수 십년을 이웃사촌으로 살아온 터줏대감인 주민에게 손주뻘 되는 젊은 예술가들의 방문은 낯설기만 했다. 임대 지원을 통해 문화예술의 거리의 새로운 주인이 되고 싶은 이방인들. 구도심의 영광을 되살리고, 문화예술의 거리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거리에 있다. 낯선 도시에 순수한 꿈을 가지고 제 발로 찾아온 이들.
현재 익산문화예술의 거리에는 11곳의 문화예술업종이 임대 지원을 받고 있다.
거리의 맏형 조각가 전종규 씨(59)의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 이름에서 풍기듯이 이 곳은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으로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실처럼 꾸며 놓았다. 수 백점의 조각품이 화실 곳곳에 배치돼 찬찬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따뜻한 감성의 ‘한순애 화실’의 대표 한순애 작가(51). 이곳은 한 작가 개인의 작업공간이자 갤러리다. 주민이 그림 수강을 하며 교습소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수강생 대부분 기존에 있던 학생들과 중앙로 주민이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화실을 가득 채운 것은 수강생들의 작품들이다.
공연창작공간 ‘S&A music space(에스 앤드 에이 뮤직 스페이스)’는 무대 연출가 임재청 씨(41)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무대 공연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과 공연 제작 홍보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아마추어부터 전문인까지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교류와 창작 공간. 임 씨는 현재 팝페라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이며 오페라와 공연 연출을 하고 있는 재능 있는 연출가다.
‘그림손’은 김연우 화가(43)가 운영하는 화실. 순수미술 인물화 작업과 작품 연구 공간으로 그림에 관심이 있고 그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림을 지도하고 미술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김 작가는 지역 주민의 세월이 묻어나는 인물화를 그려 전시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커피 문화공방 ‘보이드 팩토리’ 전창열 대표(33). 카페라고 하기보다는 예술가들의 소통 공간이자 커피의 매력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문화공방이다. 전대표는 신동 대학로에서 카페 프리를 운영하고 중앙로에서는 커피 창업컨설팅 교육을 하고 있는 커피 애호가이자 전문가다. 일반 카페의 스터디 공간과는 약간 다른 개념으로 일종의 숍앤숍이라고 할 수 있다. 보이드 팩토리를 찾는 시민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 예술가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입주자에 불과했던 전 대표는 주민협의회의 막내로서 예술의 거리 활성화 사업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문화거리의 마스코트 젊은 피 ‘그그날(그림 그리는 날)’ 은 조아름 대표(25)와 참여작가 조아라, 이내경, 조은정, 강혜인, 김형성 등 6명으로 구성된 화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머무는 곳을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청춘의 거리로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20대의 젊은 패기를 내세워 화실 꾸미기부터 페인트 칠하기, 간판 달기 등 모든 궂은 일을 6명의 젊은 작가가 직접 해낸다. ‘그그날’은 지역민의 삶을 이야기하는 문화예술 소통공간으로 전시, 교육, 체험활동, 노년층을 위한 문화 소양교육과 미술심리상담 등을 하고 있다. 익산을 알릴 수 있는 지역예술상품을 개발해 제작·판매한다. 또 어르신이 들려주는 지역이야기 전시회를 열고, 미술 놀이 공간으로 개방하며 문화예술의 거리의 사랑방으로 지역민과 함께 하고자 한다.
‘플레이 우드’는 젊은 목수 박성원(30), 김승권(31) 두 사람이 운영하는 목공예 공방이다. 두 젊은 목공예 작가들의 손을 거쳐 멋진 가구들이 탄생하는 곳이다. 특히 건전한 여가 문화로 DIY가 자리를 잡으면서 요즘 이 곳을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곳이다.
현재 익산문화예술의 거리 임대지원 사업에 지원을 받고 있는 곳은 11곳으로, 오는 17일까지 추가 모집을 하고 있다. 익산역 앞 중앙로 총 310km 구간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지정해 소규모 공연장, 아트카페, 전통찻집, 화실, 공방, 갤러리 등 예술인들의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의 주민과 새로운 임대사업 지원자들이 한데 어울리며 익산 중앙로는 ‘아트로드’로 변신하고 있다.
낯선 이방인으로 찾아왔지만 이제는 당당히 거리의 주인공이 된 젊은 예술가들. 이들로 인해 익산문화예술의 거리의 품격을 찾기를 바라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