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구 지역 대표성 고려하라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 획정기준이 헌법 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현행 선거구가 모든 사람의 의사가 최대한 평등하게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소위 ‘표의 등가성’원칙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제 정치권은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가 2 대 1이 넘어서지 않도록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1인 1표라는 정치적 평등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학식, 재력, 권력에 따라 또는 성, 인종, 민족, 세대에 따라 표의 가치가 달라진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도 동등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에서 형식적인 정당성 못지않게 정치적 합리성도 중요하다. 수의 평등만을 강조하다보면 우리사회의 현실과 맥락에 맞는 정치과정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적·물적 자원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도농의 불균형이 심각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인구수에 의해 정치적 의사결정권을 배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정치를 위해서는 표의 등가성 못지않게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대도시 특히 수도권에 의원수가 많아지면서 지방과 농촌의 위상이 더욱 낮아질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인위적으로 인구수를 늘리거나 행정단위를 변경시키려는 움직임도 발생할 것이다. 환경과 경제적 조건이 다르고 사회문화적으로도 통합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 하나의 대표를 내야하는 상황도 목격될 것이다. 전북처럼 농촌이 많고 인구수도 적은 지역은 이런 피해들을 고스란히 안게 될 것이다.

 

이제는 정치권이 나설 차례이다. 헌재의 결정에 토를 다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정치력을 보여줄 때이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의원정수 조정과 중립적인 선거구획정 위원회의 선거제도 개선을 통하여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다수자와 소수자의 격차가 더욱 커지지 않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전북과 같은 지역이 정치경제적으로 날로 소외되는 문제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