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봉인가, 농산물 유통비 대폭 낮춰라

농축수산물의 과도한 유통비용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정부가 유통 단계를 축소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중간 단계에서 발생하는 고비용은 여전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만 계속 피해를 보고 있다.

 

올해는 농사가 전반적으로 풍작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속살이 쑥쑥 차오르는 배추를 보면서 농부 마음도 ‘올해는 돈 좀 만질 수 있겠다’며 한껏 부풀어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일선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배추 한 포기당 가격이 지난해보다 340원 떨어진 1160원선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무도 한 개당 1000원인데, 이는 전년대비 200원 하락한 가격이다. 사실 올해처럼 농사가 풍년들어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풍년든 들판에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 상황이다.

 

진짜 문제는 다른데 있다.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파동이 단지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가 올해 조사한 농축수산물 평균 유통비용은 41.8%에 달했다. 출하단계에서 10%의 유통비용이 발생하고, 도매단계에서 8.6%가 더해졌다. 특히 소매단계 유통비용은 23.2%나 됐다.

 

소비자가 시장에서 농산물을 1000원에 구입했다면, 그 중 418원이 중간상들에게 돌아갔다는 계산이다. 무와 배추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장 때 쓰는 무는 유통비용이 80%에 달했고, 배추는 77%였다. 양파도 72%가 중간 유통상에게 돌아가는 비용이었고, 당근, 상추의 유통비용도 60%를 훌쩍 넘겼다.

 

정부와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선진 유통구조를 만들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을 앞세웠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농산물은 생물로 거래되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1000원짜리 무를 생산한 농민에게 단돈 200원만 돌아가는 구조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피해자인 해묵은 이 숙제를 지금까지 풀지 않고 있는 정부는 마이동풍 정부인가 묻고 싶다.

 

생산자와 소비자 거리를 최소화한 농산물 직판, 로컬푸드 등 대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농민들만 관심 갖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직하고 상식이 통하는 농산물 유통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업계 뿐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절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