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보안면 유천리 7개 구역에만 약 50여기의 청자 가마터가 있는데, 이 곳에서 출토된 청자 유물들이 12-13세기 고려청자 전성기에 만들어진 비색청자와 상감청자들이다. 도판과 바둑판, 기와, 의자, 대매병 등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수한 기물이 출토돼 유천리 도요지는 대표적인 고려청자 가마터로 꼽힌다. 보안면 신복리 가마터, 진서면 진서리 18호 가마터 등 그동안 발굴 조사가 이뤄진 인근의 가마터에서도 상감 기법으로 국화무늬, 구름·학무늬 등을 장식한 비색청자 등 전성기 고려청자가 출토되었다.
당시 부안 유천리 일대에서 청자가 대량 생산된 것은 도자기 빚기에 적합한 양질의 흙과 땔감이 풍부한데다, 제작된 도자기를 손쉽게 운송할 수 있는 줄포 포구가 인접해 있는 등 도자기 생산 및 유통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밝혀진 유천리 청자의 실체, 가마터의 구조와 규모 등은 청자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비색청자와 상감청자 기법이 공존 발전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성과들을 담아 2011년에는 유천리에 청자박물관이 세워져 800년 전 절정기 고려청자 생산지의 위상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유천리 도요지에 대한 발굴 조사는 일부가 진행됐을 뿐이다. 부안 유천리 청자 가마터는 1934년과 1938년에 발굴 조사가 이뤄졌고, 광복 후에는 1997-1998년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유천리 7구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했을 뿐이다. 이 후 16년간 한 번도 발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천리 청자 유물 유적 훼손이 심각하다. 일대에는 파편이 널려 있다.
이 시점에서 문화재청이 내년에 유천리 가마터 12호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계획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번 기회에 훨씬 광범위한 발굴 조사를 벌일 것을 주문한다. 지표면이나 땅 속에 있는 청자 유물 파손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도 세워야 한다. 아울러 부안군도 도요지 유물 유적이 잘 보존되도록 주민 계도에 힘쓰는 등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천리 도요지는 부안 핵심 관광코스선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