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원광대학교 박물관에 의해 유천리 7구역 가마터가 최초로 학술 발굴된 이후 16년 만에 유천리 12호 가마터에 대한 발굴 조사가 실시된다. 국비 1억 500만원, 지방비 4500만원 등 모두 1억 5000만원으로 이뤄지는 이번 조사로 도자 가마의 구조와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유구(遺構)의 정확한 범위, 성격 규명과 같은 유적의 보존 대책 근거가 마련된다면 부안 고려청자는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부안 줄포만을 중심으로 한 유천리, 진서리 가마터 등이 고려시대 도자 역사를 연구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셈이다.
그러나 유천리 가마터에 대한 체계적인 시굴·발굴 조사와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이 고려청자 파편들은 갈리고 깎여 본래의 모습을 상당 부문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부안청자박물관과 국가·지자체의 행정, 지역 주민 등의 긴밀한 협조와 소통을 강조한다. 부안청자박물관은 부안 고려청자의 성격을 밝히기 위한 꾸준한 조사와 도자 재현이라는 기반을 통한 지역 홍보, 문화 관광 상품의 생산 연계 등이 제기된다.
또 국가·지자체는 사적지 내 사유지에 대한 토지 매입과 매입 토지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 방안의 마련이 거론된다. 유물은 출토된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통해 반출 유출에 대한 환수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주민들은 문화유산에 대해 그와 더불어 사는 주민의 소유라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자체적인 유적 보호·보존 노력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 등 지속적인 관련 사업 추진이 요구된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담당자의 직접적인 사업 추진으로 담당자와 지역민들 간의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부안청자박물관의 문화재 지역 주민 공감 정책 사업이나 익산시의 고도 육성 아카데미 등이 있다. 부안청자박물관에서 주관한 이 사업은 고려청자에 대한 이론 교육과 상감청자 만들기 체험, 선진 지역 견학 등으로 부안 고려청자의 가치를 제고하고 지역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일조한 바 있다.
부안청자박물관 관계자는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 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하지만 유물 훼손이 가시화된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는 현장 경험과 이론 지식을 겸비한 전공자에 의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수립된 종합 정비 계획을 바탕으로 사적지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에는 가마터 자체에 대한 보존뿐만 아니라 채토장(흙을 채취하는 장소), 공방지(작업장) 등도 복원해 박물관과 연계한 사적지 탐방로로 활용해 문화 콘텐츠의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광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팀 김선기 팀장은 “‘곰소만 도자 문화’라는 큰 틀에서 유천리뿐만 아니라 곰소만과 유천리, 진서리 등 중요도가 높은 지점을 연계한 뒤 시굴·발굴 조사해 고려청자의 발달 과정을 살피는 차원의 학술조사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