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출신 최수규 중소기업청 차장 "현장 중심 정책, 중소상공인 살맛 나는 세상 만들기 최선"

특색 살린 한옥마을 야시장 모범사례 기대 / 보증 신청 서류 줄여 지역신보 이용 활성화 /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국책사업 연계 중요

▲ 최수규 중소기업청 차장이 전통시장 차별화 등 현장 중심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선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다. 외형상 삼성, 현대 등 대기업 몇 개가 수출을 다하고 국가경제를 움직이는 것 같지만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내실이 튼튼한 중소상공인들의 뒷받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 정부들어 소상공인, 전통시장, 창업, 동반성장 등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중소기업 관련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항상 어려움을 토로하는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임해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중소기업청 최수규 차장(56·1급)을 만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대전정부청사 중소기업청 차장실에서 이뤄졌다.

 

-현 정부 출범과 더불어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하시다가 최근 중소기업청 차장으로 부임하셨는데 소감과 각오가 궁금합니다.

 

“지난해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중기청을 떠난 후,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을 거쳐 오랜만에 친정인 중기청에 복귀했습니다. 서로 힘들더라도 서로 어깨를 다독이던 중기청 선후배들과 가까이서 함께 일할 수 있게 돼서 기쁘지만, 차장이라는 중책을 맡게돼 부담 또한 큽니다. 어떻게 하면 중기청이 ‘일 잘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결과적으로 중소상공인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되는 일이 무엇일까를 쉴틈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참모로 활동했기 때문에 현 정부의 중소기업 관련 마인드를 누구보다 잘 아실 것으로 보는데, 바람직한 중소기업 정책의 요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통령께서도 항상 현장을 찾고 계신데 한마디로 ‘현장 중심의 정책’이 바람직한 중소기업 정책의 요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60~70년대와 같이 정부가 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어려우며, 정부는 중소기업이 창조적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현장의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바를 신속히 파악하여, 현장에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정책은 오히려 기업에게 새로운 ‘손톱 밑 가시’로 작용할 위험이 있습니다.”

 

-전주 남부시장을 예로 들면, 한옥마을의 한류 열풍과 맞물려 최근 야시장을 개장해서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데 한류와 연계한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글로벌 명품시장은 외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주변에 유명 관광지와 한국적 콘텐츠를 보유한 전통시장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육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주요 지원내용은 우리나라 특유의 활기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야시장 개설, K-pop, 난타공연 등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 부여, ‘명품 면세거리’ 조성, 외국인 입맛에 맞는 퓨전메뉴 개발, 외국인 종합안내센터, 통역 가이드 배치 등 입니다. 전주 남부시장은 세계적인 관광지인 한옥마을과 전주비빔밥, 전동성당, 한지문화축제 등 다양한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문화와 지역먹거리가 있는 곳인데다 지난달말 오픈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시장 내 한옥마을 야시장도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번에 발표된 ‘개성과 특색 있는 전통시장 육성방안’은 그간의 획일적인 시설개선 중심의 모방형 지원에서 벗어나 대형마트 등과 차별화된 그 시장만의 지속가능한 특색을 찾아서 대표브랜드화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통시장은 시설 및 마케팅 기법 측면에서 대형마트, 백화점 등과 비교우위를 가질 수는 없는만큼 차별화된 개성과 매력을 갖지 않으면 고객을 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소상공인들은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보증을 받는데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을 건전하게 성장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고, 소상공인들에게 혜택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전국 16개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담보력이 부족한 지역 소상공인에게 보증서를 발급하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중기청은 지역신보를 통해 세월호 관련 1조원 특례보증 등 그간 14조8000억원의 보증을 지원해왔습니다. 전북신보재단의 경우 지난 2002년 설립이후 3967억원의 보증을 지원하는 등 지역 소상공인 자금지원에 역할을 톡톡히 해 왔습니다. 저신용·저소득계층에 대해서는 햇살론으로 1조원을 지원해 자금애로를 덜어주고, 보증 신청서류를 대폭 축소해 소상공인들의 보증이용의 편리성을 높일 방침입니다.”

 

-도세가 약한 전북의 경우 지역기업 및 소상공인 육성 지원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전북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2%로 전국 평균 87%보다 높아 경제기반이 취약한 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은데 어려운 경제여건을 하루아침에 바꿔놓기는 어렵겠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처방책으로, 지역산업의 특성화 전략과 국책사업의 유치와 연계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전주로 이전한 (주)효성 탄소공장과, 전주에 소재한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연계해 전북이 한국탄소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로 생각합니다. 국가적 자원으로 평가될 새만금사업, 국가식품클러스터 구축 등 크고 작은 국책사업들을 지역산업과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고, 김제 지평선단지에 조성될 뿌리산업 클러스터 육성 등 성장 동력을 뒷받침할 배후산업 육성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이같은 대외적 노력과 함께, 전북지역 내의 양극화 해소와 질적인 개선도 중요합니다. 중소기업 지원·유관기관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사업별·업종별로 연차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지역 내 불균형 해소와 시·군별 특성화 전략을 구축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 최수규 차장은 쌀집 아들, 중소기업·전통시장 정책에 애착

 

최수규 중소기업청 차장은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부속초, 전주서중, 전주고를 졸업한뒤 고려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미 오리건주립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1986년 행정고시(3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중소기업청의 전신인 공업진흥청에서 행정 관료로 첫발을 시작해 중기청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가 국내 최고의 중소기업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부친의 영향이 컸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남흥상회’란 쌀가게를 운영했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의 삶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중기청에서 관료생활을 한 것도 바로 지역 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중기청 판로지원과장, 정책총괄과장, 창업벤처국장, 경기지방청장, 중소기업정책국장,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을 거쳐 이번에 중기청 차장으로 부임했다.

 

공직생활중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그는 “판로지원과장 재직때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처음 시도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장상인을 돕자는 취지에서 진행된 작은 정책이었는데, 지금은 누가 봐도 상전벽해라고 할 정도로 정부내 큰 정책이 된게 최고 보람이라고 한다.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 재직 시절, 현 정부 창조경제의 주역인 벤처·창업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5월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정책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라고 한다.

 

소탈한 성품으로 누구에게나 격의없이 대하는 편이나 업무에 관해서는 불도저처럼 밀어부치는 뚝심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