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제95회 전국체전에서 전북 선수단이 거둔 초라한 성적표가 결국 김대진 사무처장 사퇴로 일단락됐다. 김 사무처장이 전라북도체육회장인 송하진 도지사에게 사직 의사를 밝히고, 송 지사도 이를 수용했다.

 

사실 전국체전에서 그동안 전북선수단의 성적이 퍽 좋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번에 사무처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은 이례적이다. 물론 전체 17개 팀 중에서 14위로 쳐진 것은 문제가 있지만, 전북 체육계 속을 들여다보면 몇차례 재임한 것도 아닌 김 사무처장 혼자 책임을 져야할 것은 아니다. 작년에 9위를 했고, 재작년에는 10위를 하는 등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북체육의 성적이 중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것은 ‘낙후 전북’과도 큰 상관이 있다. 전북 경제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증시에 상장된 전북 소재 기업도 10개 남짓할 뿐이다. 전북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없다보니 프로야구단이 없고, 도민들은 군산시가 돈을 주고 유치하는 프로야구 몇 차례 관람하는 정도로 만족할 뿐이다.

 

지역 체육을 지원할 기업이 없는데 학교체육, 실업체육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지난 체전에서 혼자 2개의 금메달을 따낸 카누 이순자 선수는 실업팀이 창단될 때까지 현역으로 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순자 선수의 발언은 체육이 발전하려면 결국 자본 투자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실업팀이 없는 상황에서 초·중·고교에서 기량있는 선수를 키워낼 수 있을까. 초등학교 단계에서 싹수가 있어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타지역 중학교에 빼앗기고,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연결고리가 끊기고, 체전 성적이 초라한 것은 결국 전북도와 각 시·군, 그리고 지역 내 기업들의 체육에 대한 관심 부족이 빚은 것이다. 1∼2년 사이에 전북체육의 기량이 떨어진 것이 아니다. 전북도가 체육회 사무처장을 잘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북의 기능 경기력 저하도 심각하다. 3년 연속 금메달 한 개 따내지 못하고 올해 15위 성적을 냈다. 16위를 한 제주도가 금메달을 한 개 획득했지만 전북은 전무했다. 이제 막 출범한 꼴찌 세종시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똑같은 조건에서 치러지는 기능대회에서 전북이 꼴찌 성적을 내는 이유는 뭘까. 앞에서는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기능대회 격려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는 지역 지도층의 무관심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