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담긴 '3000원 식사'

서학동 사진관, 김지연 개인전 30일까지

▲ 김지연 作 ‘장터 국수 3000원’

막걸리와 푸짐한 김치로 차린 2000원짜리 한 상, 3000원으로 허기를 달래주는 국수. 무심하듯 하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허기와 추위를 감싸준다. 화려한 조명과 의상, 화장으로 꾸민 인물이 아닌 장터 한 곁에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먹거리로 속을 채워주는 이들이 카메라 렌즈 밖의 관람객을 응시한다.

 

‘정미소’와 ‘낡은 방’ 등 시간에 따라 망각되는 장소에 주목했던 서학동사진관 김지연 관장(66)이 이번에는 장터로 나섰다. 그는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에 마련한 전시장에서 ‘삼천 원의 식사’를 주제로 30일까지 전시를 연다.

 

그는 지난해 사라져가는 공간인 정미소를 10년 만에 다시 조명한 ‘정미소, 그리고 10년’전을, 올해는 시골집의 방에 이어 서민의 먹거리를 파는 상인을 조명했다. 삶의 애환을 간직한 손마디와 주름살이 보이지만 고된 노동이 아닌, 사라지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그는 1000원어치 붕어빵을, 혹은 2000원짜리 두부 한 모를 사며 상인들에게 모델을 간청했다. 그리하여 내놓은 사진은 한 상을 금방이라도 우리에게 가져다 줄 듯한 ‘이모님’들이었다.

 

김 관장은 “장사를 방해하지는 않았는지,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미안한 마음이 컸다”면서도 “때로는 뜨거운 국 사발을 나르는 늙은 주인장 앞에서 단 2초의 시간을 할애 받는데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지체할 때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물이 식을까봐, 국수가 부르틀까봐 걱정을 했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본인은 물론 가족의 생계를 걸고 매일매일 삶 속에서 투쟁을 하는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세상살이의 고단함, 쑥쓰러움 등이 뒤섞여있다”며 “개개인의 각기 다른 표정이라기보다 공통적인 깊은 속내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작업은 우리 삶에서 쉽게 접근하는 서민의 기본적인 물가 단위가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각인되는 숫자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나아가 삶의 단위일 수도 있는 숫자가 세월이 지나면 어떤 무게로 기억될지 또한 궁금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