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3달이 가까워집니다. 그동안 바쁘게 달려 오셨습니다.
“지난 8월28일에 제3대 전북도립미술관장으로 왔는데 꽤 긴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기대와 걱정의 목소리, 역할에 대한 주문 등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를 모두 포용하기는 어렵고, 큰 주제로 수용하고 출구를 여러 개 열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분명하게 도립미술관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보여주고 그런 일이 갖는 의미나 가치를 알려 설득하고 공감토록 하겠습니다.”
-아시아현대미술전를 주요 비전으로 내세웠는데요.
“아시아는 식민지 경험과 정치·경제적 성장 등 동질성을 지니면서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 될 것입니다. 이에 국제성은 아시아를 두드려야 합니다. 단순히 도립 미술관의 국제적인 행사 차원을 넘어 도내 문화예술의 한 화두가 될 수 있게 미술이 앞서 출구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도내는 좋은 작가와 전통적인 문화유산이 풍부한 곳인데 통로를 열지 못하고 수직적인 구조에서 청년·중견작가가 나갈 곳이 없어 내부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시아 미술계에서 관계자들이 여기에 노크를 하게 만들고 도내 작가들에게도 활력을 주어야 합니다. 먼저 내년 9월께 5억 원의 예산으로 국내·외 작가 60여명, 큐레이터 등을 초청해 이들의 전시와, 학술대회, 도내 미술을 조명하는 자리 등도 함께 마련할 계획입니다. ”
-결국은 인적 자원이 바탕입니다. 청년작가를 선정하고 레지던시를 구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아시아현대미술전이나 레지던시 등 미술관과 연계된 국내·외 기획 전시에 선보이고자 심사를 거쳐 지난달 16일 ‘전북청년 2015’전시 대상자로 김병철(42), 김성민(47), 이주리(42), 탁소연(36) 작가를 선정했습니다. 보고전 형식으로 연말에 전시를 연 뒤 내년 6월에는 선정과정에서 탈락했지만 여전히 주목해야 할 작가와 함께 가능하면 본관 전체를 할애해 전시를 열겠습니다. 올해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을 참고해 해를 거듭할수록 연령을 낮춰 안정된 청년 작가군을 발굴·배출하면 십 년 뒤쯤에는 이들이 도내 화단을 끌고 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작가에게 창작공간을 지원하는 레지던시의 경우 사설은 사업 수행에 한계가 있는 만큼 도립에서 실시해야 하는 당위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장소 섭외 등의 문제로 내년 말께 만들어 국내·외와 도내 작가가 교류하는 교두보를 놓겠습니다.”
-원로작가에 대한 관심도 높으십니다. 이번 소장품 구입에서도 원로작가들을 배려한 것으로 압니다.
“대외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역사를 알아야 하는 만큼 근현대 도내 미술자료를 구축하겠습니다. 연간 2차례씩 도내 원로 작가전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올 소장품 구입에서도 전북미술사 정립을 위해 재조명이 필요한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포함했습니다. 고창 출신으로 38세에 요절한 진환 작가, 전북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작고한 임상진 작가, 국내 최고령 작가 하반영 화백의 작품 등이 그것입니다. 특히 임상진 작가의 유족은 유작 20여점을 기증해 아름다운 선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
-현재 개관 10주년 특별전 ‘열정의시대 피카소부터 천경자까지’가 진행 중입니다만 관람객의 확보가 여의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임용된 시점에는 이미 90%이상 특별전이 추진된 상태였습니다. 좀더 보강하는 길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럽이 가장 빛났던 시대의 모더니즘과 한국이 가장 비참했던 시절의 미술을 비교했습니다. 대여 과정에서 국내 명작이 상당수 거부를 당해 제대로 올 수 없었던 점은 죄송하지만 2년 전의 거장전에 비해서 유화가 대부분으로 내용은 더 충실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현재 관람객은 평일 400~600여명, 주말 800여명으로 수익을 내고자하는 목표치에 모자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이미 각 학교에서 예산 집행이 끝난 상태에서 개인 부담으로 관람을 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적은 숫자가 아니며, 이들에게 제대로 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립미술관 직원이 짝을 지어 일주일에 4차례씩 150여개 학교와 한옥마을 등에서 홍보를 했습니다. 직원들이 일부 학교에서 잡상인 취급을 당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에서 마음이 저렸습니다.”
-소신주의자로 통하고, 도립미술관장으로 오실 때도 미술가의 자존심을 강조하셨습니다.
“예술가의 자존심을 꺾고 예술행사를 한다는 자체가 맞지 않습니다. 임시방편으로 곤란을 모면하기 위해 예술가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최후의 자존심을 허물고 일을 추진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반발하는 모양새로 볼 수도 있지만 도립미술관장 이전에 미술인으로 지켜야할 최소의 양식이라고 여깁니다. 아시아현대미술전의 추진 과정에도 원칙과 가치관은 여전히 존중돼야 합니다. 저 또한 비평가로서 비판 활동을 많이 한 만큼 건강한 비판은 수용·반영해 추진하겠습니다.”
● 장석원 관장은 김제 출신 미술 비평가, 전남대서 후학 양성도
오는 2016년 8월까지 2년간 도립미술관을 이끌 장석원 관장은 김제 출신으로 전주고와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남대 교수를 휴직 중이다. 그는 학교에서 미술이론을 가르치고 한 편에서는 미술비평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는 지난 1970년대 말 전위 미술에 대한 글을 쓰면서 미술평론의 길에 들어섰고 〈공간사〉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실장을 거쳐 2004년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이후에도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장 관장은 임용과정에서 심사위원 모두에게 고른 점수를 받았으며 전략적 리더십, 조직관리·변화관리 능력, 전문가적 능력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뒤 근무실적을 평가받아 최장 3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그는 “도전할 거리를 찾던 가운데 고향에서 뜻을 펼치고 싶어 관장에 도전했다”며 “아시아현대미술전, 청년작가 육성, 한국여성미술제, 전북현대미술사 복원에 몇 개의 전시 등 머릿속의 구상을 실천하려면 갈 길이 바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