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

완주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출입구 옆에 비닐봉지에 포장된 제품이 쌓여 있다. 눈여겨 보니 주인장이 고구마같은 것을 얇게 썰어 말린 것 같은데, 포장지에 ‘돼지감자’라고 쓰여 있다. 200g 한 봉지가 1만6000원이다.

 

돼지감자는 뚱딴지라고도 한다. 사전에 따르면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돼지감자는 땅속줄기가 감자 모양이다. 줄기는 높이 1.5~3m이고 잔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는데 윗부분에서는 어긋나 해바라기 잎과 비슷하다. 9~10월에 노란 꽃이 피는 돼지감자의 땅 속 덩이줄기는 사료나 알코올의 원료로 쓰인다.

 

실제로 줄기를 뽑은 뒤 땅 속을 살살 파헤쳐가면 크고 작은 돼지감자를 캘 수 있다. 감자처럼 생긴 것, 생강처럼 울퉁불퉁한 것 등이 어울려 나오는 데 대부분이 못생겼다.

 

사료나 알코올 원료로 쓰이는 돼지감자 말린 것을 200g 한 봉지에 1만 6000원에 판매하다니. 사료로 쓰인다는 돼지감자가 그렇게 귀하신 몸인가.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돼지감자’ 키워드를 쳐보니 옥션 등 인터넷쇼핑몰은 물론 카페, 블로그, 뉴스 코너가 돼지감자 홍보로 가득하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니 돼지코처럼 못생기고 뚱뚱한 돼지감자에는 ‘이눌린’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천연인슐린 구실을 한다고 한다. 당연히 당뇨에 좋다는 설명이다. 또 이눌린 성분은 장내 유산균을 5배 이상 증가시켜 장 건강에도 좋다. 체질개선, 변비, 비만에 효과적이어서 기능성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산야에 자생하는 돼지감자는 이제 농작물이 됐다.

 

얼마전 군산시 복지지원과 직원들과 군산지역자활센터 참여자 및 자원봉사자 50여명이 군산 옥구읍 어은리 2148㎡의 밭에 파종해 가꿔온 돼지감자를 수확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 돼지감자는 군산지역자활센터 외식가공업 사업단에서 지난 4월 파종한 것인데, 이번에 수확한 돼지감자를 판매해 자활기업 창업 자금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부안 운호구름호수마을에는 6000평 규모의 돼지감자 농장이 있다. 돼지감자 사업화에 성공한 김성구 사장이 가공 판매한다. 소비자 반응이 좋다고 한다. 당뇨와 혈압, 비만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예전에는 돼지 사료 정도로나 썼다는 돼지감자의 ‘뚱딴지’같은 변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