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이번 공연은 내년 최종 완성될 작품의 쇼케이스 형식으로 45분가량 이어졌다. 공연은 왜군 소년 장수 아지발도와의 전투를 앞둔 이성계의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내년에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는 데까지 이야기를 전개해 2시간 분량의 창작 뮤지컬을 제작할 예정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이 작품은 1380년 지리산 부근 황산(黃山)에서 고려와 왜군이 치열하게 맞붙었던 황산대첩을 배경으로 이성계의 고뇌와 승리,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성계, 왜군 소년 장수 아지발도, 고려 우왕 등 역사적인 인물 외에 연이, 덕이 등 가상 인물을 비중 있게 다뤄 이성계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창작 뮤지컬 초연이었지만 상당히 매끄러운 줄거리와 표현력 등이 눈에 띄었다. 누구를 위해 칼을 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성계와 평범한 남녀의 사랑·좌절, 조선 건국까지 역사극에 멜로를 섞었지만 이질감은 없었다.
무엇보다 높게 평가할 만한 부분은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이다. 영웅에 대한 찬미나 연인의 사랑만을 노래하기보다는 이성계가 극 전반에서 부르는 ‘다시 싸워야 하는 이유’ 등의 노래 가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환기한다.
그러나 제작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도한 영상을 통한 무대 배경 제시는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영상 앞으로 지나가는 출연자의 그림자가 크게 비춰지고,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영상 등은 작품의 정서를 드러내는데 한계점을 지녔다. 또 한지를 활용한 무대 연출도 시도는 좋았으나, 질감 표현 면에서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