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와 완주군이 추진해 온 시내버스 단일요금제 시행이 불투명하게 됐다. 요금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지·간선제 중심의 버스노선 개편을 놓고 전주시와 완주군의 입장 차이가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23일 전주시와 완주군에 따르면 완주군은 최근 공문을 통해 ‘전주·완주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 시행 협약서’에 지·간선제 도입 시기를 못박지 말 것을 전주시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버스요금 단일화의 전제로 지·간선제 도입 확약을 요구한 전주시는 난감한 입장을 표명했다. 또 전주시의회가 지난달 심의를 유보한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 추진 동의안’을 다시 상정·처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제315회 정례회를 열고 있는 전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다음달 1일 간담회를 갖고 버스요금 단일화 추진 동의안 상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주시 “지·간선제 약속부터”
전주시와 시의회는 시내버스 지·간선제 도입을 요금 단일화의 전제로 요구하고 있다.
시는 읍·면·동별 주요 지점을 잇는 간선과 각 마을에서 환승지점을 연결하는 지선으로 버스노선을 이원화 할 경우 버스 운행횟수가 늘고 이동거리와 시간이 줄어든다는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굴곡노선과 장거리노선에 따른 교통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지·간선제 도입이 요금 단일화보다 시민들에게 주는 체감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이다.
전주시는 내년에 지·간선제 도입을 골자로 한 시내버스 노선개편 용역을 시행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 2억원을 편성해 놓았다. 시는 용역을 통해 노선개편안을 마련하더라도 완주군에서 이를 반대할 경우 추진이 어렵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전주시는 지난달 13일 ‘전주·완주 시내버스 요금단일화 추진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애초 전주시와 완주군은 시의회에서 해당 동의안이 가결되면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 협약’을 체결한 후 11월 중에 단일요금제를 전면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지난달 22일 동의안 처리를 유보했다. 완주군이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 시행 협약서’ 초안에 ‘지·간선제는 2015년 용역결과에 따라 2016년 상반기에 시범운행을 실시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2016년 하반기에 시행한다’며 단서를 달아 놓은 게 문제가 됐다. 완주군이 지·간선제 도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의원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완주군이 ‘지·간선제 도입 시기를 못박아서는 안된다’며 노선개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함에 따라 양측의 합의는 더 어렵게 됐다.
△완주군 “노선개편과는 별개”
완주군은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와 노선개편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먼저 단일요금제를 시행한 후 용역 결과를 토대로 지·간선제를 시범운영,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개선하면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찾아도 늦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완주군은 노인 등 교통약자의 환승 불편과 노선개편에 따른 주민 혼란 등을 우려하고 있다. 또 지난 2004년 지·간선제를 도입했다가 불과 2주일만에 군민들의 불편 호소로 전면 중단된 사례도 부담이다.
완주군 관계자는 23일 “용역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또 어떤 문제점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간선제 도입 시점을 미리 정해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주민들도 준비되지 않은 지·간선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정서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완주군에 따르면 최근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 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각 읍·면에서 잇따라 열고 주민의견을 청취한 결과 지·간선제 도입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완주군 단독 시행 가능할까
완주군은 전주시와의 협의가 끝내 무산될 경우 박성일 군수의 공약인 시내버스 단일요금제를 독자적으로 추진, 군민들에게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완주군 관계자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전주시와의 합의를 통한 버스요금 단일화가 최선이지만 한 쪽(전주시)에서 거부한다면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면서 “별도의 교통카드 등 관련 시스템 구축 방안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시내버스 단일요금 및 무상요금에 따른 손실보전금 예산 지원을 골자로 한 ‘완주군 대중교통 이용주민 교통편익 제공을 위한 조례안’을 마련, 지난 12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쳤다.
그러나 전주·완주 구간을 운행하는 시내버스에 완주군민에게만 단일 요금 혜택을 주기는 사실상 쉽지 않고, 지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양 시·군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완주군민들만 사용하는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전주시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무료 환승 혜택을 놓고 논란이 불거질 소지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