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 김영
나무와 나무 사이의 푸른 하늘을 한 번에 넘는 것은 청설모의 재주, 요구르트 한 병을 던져주자 나무 아래로 쪼르르 내려와 두 손으로 받는다 작은 이빨로 꽉 물고 두 다리로 버티고 나무 꼭대기 새끼가 있는 집으로 기어올라야만 하는, 하루치의 종종걸음을 놓는 헙수룩한 아비

 

마개가 열린 병 안의 단물은 인력사무소 소개비로 몇 방울 내어 주고, 혼자 사는 아버지 막걸리 한 잔 받아드리고, 떨어진 운동화 꿰매고, 면장갑 사고 솔래솔래 다 새고, 아픈 이는 치료도 못하고, 종일 날다가 비뚤어진 허리도 그대로 두고

 

밑바닥 두어 방울 일당을 들고 나무비탈을 오르는 애비의 하루가 참 짧고도 길다

 

△김영 시인은 1995년〈자유문학〉으로 등단. 〈다시 길눈 뜨다〉 〈잘가요 어리광〉 등의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