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문화'와 '같이의 가치'

협동 정신과 나눔 통해 지속적 사회공헌 활동 공동체문화 확산 앞장

▲ 박태석 NH농협은행 전북본부장
늦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동네 어귀에서 아낙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십중팔구 김장하는 곳이다. 거두어들인 곡식을 창고에 쌓아두고 겨울을 나기 위한 가장 큰 준비 중의 하나인 김장이란 행사를 가족과 이웃사촌들이 함께 모여 치르는 것이다.

 

김장은 한 집안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수육을 건져 김치를 곁들이는 조촐한 동네잔치가 벌어진다. 새로 담근 누구누구네 집 김치는 동네방네 식구들의 저녁상을 장식하게 된다.

 

한겨울을 지내기 위한 준비는 우리 집에만 그치지 않는다. 동네회관의 김칫독을 채우기도 하고, 마을의 홀아비,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의 독을 채워나가는 나눔의 행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화적 전통을 높게 평가한 유네스코는 2013년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를 등재하였다. 유네스코에는 김장 문화를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는 농경을 바탕으로 한 문화가 큰 축을 이루고 있다. 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내 집의 일손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웃과 더불어 일을 해야 했고 이러한 필요성이 품앗이, 두레, 계 등의 다양한 공동체적 전통을 낳았다.

 

이러한 공동체문화의 특성은 풍성함을 함께 준비하고, 즐, 나누는 김장 문화에 잘 나타나고 있다.

 

김장의 문화적 전통과 나눔의 정신은 소득의 양극화, 세대 간 갈등, 계층 간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정신이라 생각된다.

 

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로부터 올해는 지금껏 경험한 어느 해 보다도 도움을 바라는 사람은 많은데 도와줄 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몹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러던 중 흐뭇한 소식이 들려왔다. 필자의 직장 노동조합에서 조합원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김장김치를 담아 전달하고 몇 년 동안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 다문화가정에 모국방문 항공권과 체재비를 전달하였다. 앞으로도 사랑의 연탄나눔과 복지시설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연말에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는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의 손길이 이제는 제법 많아지기는 하였지만, 좀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한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의 직장은 금융연합회가 금융권 사회공헌활동을 기록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줄곧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순수민족자본 은행으로 수익의 해외 유출이 없고, 지역 은행으로서 지역사회 환원을 우선하는 기업인 까닭에 타 금융기관과 비교하여 탁월한 사회공헌 활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받으면서 함께 생활해 나가야 하는 존재이다. 모두가 아프고 힘든 지금 일시에 우리의 아픔과 문제를 치유하고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필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점 점 퇴색되어 가는 우리만의 따뜻한 정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모두 이럴 때일수록 김장 문화를 통하여 발현되는 협동의 정신과 나눔의 가치 즉, ‘같이의 가치’로 상부상조하고 타인을 좀 더 배려한다면 가뭄의 단비가 되어 우리 가슴을 적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번 우리 집 늦은 김장에는 이웃들과 나눌 김치 몇 포기를 더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