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반봉건 반외세를 외친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에는 전북이 자리한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확립하고, 외세에 맞서 민족 주권을 지키려 한 동학농민운동. 이러한 동학농민운동의 시발점이 된 고부농민봉기의 거사 계획을 담은 ‘사발통문(沙鉢通文) 원본’이 도민들에게 공개된다.
전주역사박물관은 동학농민혁명 2주갑(120주년)을 맞아 오는 27일까지 전주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사발통문 원본과 동학농민혁명 목판화 특별전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연다. 이번 특별전은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이자 중심인 전북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도민들이 기억하고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사발통문은 호소문이나 격문 따위를 쓸 때 주모자를 알지 못하도록 서명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사발 모양으로 둥글게 돌려 적은 통문을 말한다. 고부농민봉기의 거사 계획을 담은 것으로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의 상징적인 사료로 평가된다.
이 사발통문 원본은 1968년 12월 4일 송기태 씨가 고부 주산마을 송후섭(송대화의 아들) 씨의 집 족보에서 발견해 세상에 알려졌다. 발견자 송기태 씨는 사발통문 서명자 가운데 한 명인 송국섭 씨의 아들로 현재 사발통문을 소장하고 있는 송종수 씨의 아버지다.
사발통문에는 모두 20명이 서명했다. 발견 직후 이들의 후손과 후원자 등 34명으로 이뤄진 ‘동학혁명모의탑 건립추진위원회’는 주산마을 입구 언덕에 ‘동학혁명모의탑’을 세우고 유실을 막기 위해 모의탑 안에 사발통문을 넣었다. 이후 사발통문은 모의탑에서 꺼내져 독립기념관에서 전시되다가 정읍 동학기념관과 전주역사박물관에 잠시 전시된 적이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사발통문 복본(複本)은 많이 전시됐지만 원본은 거의 보지 못했다. 이번 원본 전시는 10여년만의 일로 원본이 주는 역사적 무게감을 그대로 느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본 전시와 함께 1891년 송두호가 동학 교장으로 임용된 문서, 1894년 9월 동학농민혁명 중에 송대화가 대접주(大接主)에 임용된 문서, 이일수를 별교장으로 임용하는 문서도 전시된다. 이 자료들도 송종수 씨가 사발통문 원본과 같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동학농민혁명사에 귀중한 자료들이다.
또 치열했던 동학농민군의 역사를 목판화로 그려낸 박홍규 작가의 작품 23점도 만날 수 있다.
서신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작품들로 혁명 전야와 혁명, 끝나지 않은 혁명이라는 세 가지 큰 주제 아래 ‘났네 났어 난리가 났어’, ‘농민군 전주 입성’, ‘피노리 가는 길’등 당시의 모습과 함께 현재의 구조적 모순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전주역사박물관 이동희 관장은 “이번 사발통문 원본은 당대의 상황을 담은 후대의 기록이자 거사 계획을 알리는 유일한 유물이지만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동학농민군의 후예인 전북도민들에게 사발통문 원본을 보여주기 위해 어렵게 마련한 전시로 동학 목판화까지 볼 수 있는 자리인 만큼 많은 분들이 찾아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