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전철 겨울여행] 열차 타고 이야기꽃 피우며···雪國 속으로

▲ 코레일이 올 겨울 가볼만한 기차·전철 여행지를 선정했다. 사진제공=코레일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밤하늘을 초롱초롱 수놓은 별과 누구나 한 번쯤 사랑하는 이와 걸어봤을 법한 겨울바다, 수만리를 날아온 철새가 우리를 기다린다. 하지만 차량으로 겨울의 낭만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우리에게는 전국 방방곡곡을 이어주는 기차와 수도권 지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전철이 있다.

 

기차와 전철은 비행기 보다 느리고, 자가용 보다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괜찮다. 눈이 많이 내려도 결항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얼어붙은 도로 위를 미끄러질까 조심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덜컹덜컹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

 

이번 주말, 아니 올 겨울 우리 지역에서는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교통카드를 손에 들고 아이들과 수도권 전철을 이용해 역사·문화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또 기차를 타고 사이다와 계란을 먹으며 철새와 밤하늘의 별, 겨울바다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코레일은 이달 초 전철역과 가까운 박물관, 조선왕릉 등 문화유적 중 가볼만 한 곳 11곳을 선정했다. 11곳 전철역은 △경춘선 금곡, 강촌, 퇴계원 △중앙선 운길산, 용문, 이촌 △장항선 온양온천 △경인선 송내 △분당선 기흥 △1호선 송탄 △4호선 대공원이다.

 

△금곡역에서 조선 왕릉 역사를 만나다

 

금곡역에서 약 800m 거리에 고종과 명성황후를 합장한 홍릉과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과 두 왕비를 합장한 유릉이 있다. 실제 제를 지내던 곳이어서 각 릉에는 제실뿐 아니라 제상에 올릴 음식을 만들던 장소, 묶었던 곳, 우물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조선 제6대 단종의 비 정순왕후를 모신 사릉에서는 전통방식으로 식재된 조경과 야생화를 관찰하고, 고즈넉한 솔숲에서는 ‘단종애사’와 조선 왕실의 역사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강촌역에서 빙벽 보며 힐링

 

강촌역에서 6㎞ 거리의 봉화산 기슭에 있는 높이 50m의 구곡폭포가 장관이다. 겨울철에는 거대한 빙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을 지나 깔딱 고개를 넘으면 200년 전 형성된 문배마을까지는 가족과 함께 가벼운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문배’는 일반 배 보다 작은 문배나무들이 많이 자생하고 마을의 모양이 짐을 가득 실은 배 모습을 닮아 이름이 붙여졌다.

 

△퇴계원역서 만난 자연사박물관

 

퇴계원역에서 5㎞ 거리에 우석헌자연사박물관이 있다. 고·중·신생대를 대표하는 표준 화석, 광물 등 2700여점을 볼 수 있다.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공룡모형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특히 체험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다.

 

△용문역서 만난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용문역에서 8㎞ 거리에 위치한 용문사는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사찰이다. 용문사에는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겨울방학 자녀와 함께 자연 속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한 사찰이다.

 

△온양온천역서 피로 풀고 옛 생활문화도 보고

 

온양온천역에서 약 4㎞의 거리에 계몽사의 설립자 김원대씨가 선조들의 생활과 문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난 1978년 설립한 온양민속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민속미술관으로 선조들의 생활상과 풍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이 정갈하게 전시돼 있다. 가까운 곳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과 장군이 살던 고택이 있다. 온천은 덤이다.

 

이밖에도 송내역에서는 한국만화박물관을 이촌역에서는 국립한글박물관을 기흥역에서는 백남준 아트센터와 경기도박물관을 대공원역에서는 인체, 기초과학, 첨단기술, 자연과 전통과학, 어린이 탐구체험이 가능한 국립과천과학관을 만날 수 있다.

 

△멀리 대한민국을 찾아온 철새와 데이트

▲ DMZ 겨울 철새.

우아한 날갯짓. 곧고 의젓한 걸음. 도도한 모습의 두루미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계절여행이 시작됐다. 세계적인 생태지역이 된 DMZ에 두루미를 비롯한 겨울 철새를 만나는 여행이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경원선 DMZ-train을 타고 백마고지 역에 도착, 비무장지대 인근 체험마을에서 식사를 하고, 두루미 먹이주기 체험, 기러기 독수리 탐조 등의 일정으로 하루가 알차다. 해설사가 철원 역사와 겨울 철새들의 생태를 설명해 줘 어린이 체험학습에도 제격이다.

 

△겨울밤 쏟아지는 별빛에 빠지다

 

오는 19일부터 내년 2월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경북 봉화분천역과 강원도 태백시 철암역 사이 낙동강 상류 계곡을 따라 특별한 열차가 달린다. 별밤열차 V-train이다.

▲ 별밤열차 V-train.

V-train에는 아름다운 빛을 연출하는 레이저와 LED 조명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열차 내에서는 목탄난로가 향수를 더한다. 음악방송과 승무원들의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분천역과 승부역, 양원역에서는 아름다운 조명이 긴긴 겨울밤을 밝힌다.

 

△다가올 2015년 밝은 태양을 기차와 함께

 

해맞이는 역시 기차여행이 제일이다. 잠을 쫓으며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고, 꽉 막힌 도로에서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는 31일 2015년 하루 전날인 이날, 서울과 부산, 목포, 대전, 군산, 인천, 청주, 마산에서 출발한 기차들이 일제히 해를 맞으러 일출명소로 떠난다.

 

이날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릴 것 같아 부담스럽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2월 한 달 동안 정동진, 추암, 해운대, 여수 오동도 등 일출명소로 평소보다 많은 23회의 임시열차가 운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출을 보기 위한 기차여행에는 많은 여행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만큼 보온이나 먹거리를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