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에도 상생 정신 필요하다

서울고법 행정6부가 지난 12일 1심 판결을 뒤집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를 위법으로 판결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상생 질서 확립에도 앞장서야 할 법원이 법의 잣대만 너무 엄격히 적용, 공룡 유통기업 대변인 구실을 했다는 각계의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이날 재판은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이었다. 전주시를 비롯해 대형마트들이 진출해 있는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와 중소상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재판이었다.

 

이날 재판부는 그동안 자치단체들이 조례를 통해 대형마트들의 영업시간을 제한, 전통시장 등 중소상인들이 대형마트와 최소한의 상생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일순간에 깨버렸다.

 

재판부는 “옛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는 처분 대상인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으로. 이 사건 처분의 대상인 대규모 점포와 그곳에 입점한 임대매장은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서 점원이 소비자들의 구매 편의를 위해 도움을 제공하고 있으니 처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또 대형마트에 입점한 임대매장 업주 역시 중소상인인데, 지자체의 대형마트 영업제한으로 인해 권익을 침해받고 있다고도 했다. 또한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논란인 반면, 맞벌이 부부 등이 겪는 장보기 어려움은 크다”며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도 했다. 야간이나 주말 휴일에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주차공간 등 편익시설이 부족한 전통시장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했다.

 

서울고법은 법적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자체가 계속해서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힌트를 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전통시장 등을 향해서는 소비자 편익시설 확대를 주문한다. 하지만 법의 판결에는 상생과 공익 정신이 담겨야 한다. 전통시장은 지자체 도움 없이 주차시설 확대 등 조치가 어렵다. 대형마트와 공정한 경쟁이 안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소비자 선택권을 강조한 것은 전통시장 문을 닫으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지자체와 중소상인들의 현명한 대응과 대법원의 제대로 된 판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