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이 곧 주민복지다.”
생활체육이란 한 개인이 전 생애를 통하여 능동적이고 지속적인 체육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을 꾀하고 급격한 현대 사회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며, 공동체의 복지를 증진시켜 나가는 복지사회의 체육을 의미한다. 세계 각국은 국민의 생활체육을 통한 복지사회 구현을 위해 국민 체육진흥 정책을 수립하여 실천하고 있으며 특히, 국민 생활체육 참여 확대를 위해 체육진흥 계획을 마련하고 체육시설의 확충, 슬로건의 제작, 체육의 홍보, 프로그램의 개발, 체육행정 기구의 설치 및 강화, 동호인 조직의 육성 등 다각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본보는 최근 전북생활체육회와 함께 생활체육 선진국인 미국 하와이를 방문해 생활체육 제도와 각종 시설 등을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제주도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그동안 정부는 생활체육 활성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왔는데,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노력을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집 주변에서 쉽게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공공 체육시설을 확충하고, 각 세대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 곳곳에 건립된 학교체육시설과 공공체육시설들을 문화와 연계해서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학교와 지역의 스포츠클럽 활동을 장려하고, 과학적으로 체력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박 대통령의 말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생활체육의 나아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생활체육과 관련한 미국의 스포츠정책과 철학은 교육, 보건위생, 치안, 토목과 같은 하나의 중요한 행정분야로 국민의 평등한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참여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신체장애자나 노약자에 대한 레크리에이션시책에 매우 충실하다.
미국의 스포츠붐은 1960년대를 전후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체육시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과정을 겪으면서 이 시설들이 생활체육의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독일처럼 스포츠클럽이 조직적으로 잘 갖춰지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시설을 바탕으로 개인단위의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1978년 미 연방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다양한 생활체육프로그램을 장려하는 ‘아마추어 스포츠 진흥법’을 제정한다. 여기에는 고령자, 여성, 신체장애자와 소수인종을 위한 지원 내용이 포함된다. 이어 ‘건강국가 미국’을 목표로 15개 긴급과제를 선정한다.
특히 미국은 생활체육활성화를 위해 ‘대통령의 도전’, ‘대통령 스포츠상 건강한 국민 2000’ 등의 촉진활동을 펼쳤다.
미 연방정부 스포츠행정 담당 기관은 내무성의 야외레크리에이션국과 체력스포츠 대통령심의회다. 체력스포츠 대통령심의회의 주요 사업은 청소년, 일반여성, 부인, 노인을 위한 체력테스트 실시, 대통령스포츠상의 제정, 체력향상에 대한 계몽서적과 회보의 출판, 지도자의 파견 등이다.
야외 레크리에이션국은 도시의 인구집중문제와 여가증대에 따른 야외레크리에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 1962년에 설치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하지만 지방분권의 원칙 아래 연방정부는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에 대해 직접적인 정책집행보다는 규정이나 정부보조금 등 간접적인 지원으로 스포츠정책에 관여한다.
이에 따라 주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적인 행정권한을 가지면서 주법에 의해 작종 공원, 체육관, 수영장 등의 관리와 세금 징수등의 권한을 행사한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가장 남쪽이자 북태평양의 동쪽에 있는 하와이주는 니하우·카우아이·오아후·몰로카이·라나이·마우이·카호올라웨·하와이 등 8개 섬과 100개가 넘는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전북생활체육회가 방문한 곳은 오아후섬으로 인구 95만여명이 거주하는 주도인 호놀룰루 카운티였다.
와이키키해변으로도 유명한 이 곳에서는 주민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산재해 있었다. 높이 10m가 넘는 파도를 타기위해 세계 각국의 서퍼들이 찾아오는 선셋비치를 포함해 수영과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와이키키 해변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생활체육을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시내 곳곳에 주민들이 10분이내로 접근할 수 있도록 산재된 각종 체육시설에서는 시민들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이 곳은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연방정부의 체육정책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지은 지 100년이 넘는 YMCA와 YWCA 시설을 중심으로 수영과 요가, 농구 등 시민들의 생활체육 참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특히 20∼40달러 안팎의 수강비로 개인지도를 받거나 그룹을 만들어 각종 실내 시설을 이용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7일 호놀룰루 리차드가에 위치한 오아후YWCA건물에서 만난 관계자는 “이 곳에서는 어린이와 노인, 여성 등을 가릴 것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값싼 가격으로 수영, 보디빌딩, 요가, 다이어트 등을 언제든 할 수 있다”며 “1900년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리모델링을 게속해오면서 주민들이 시설을 이용하는 데 만족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오아후섬의 생활체육은 섬 지역의 특성상 해변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지만 도심 곳곳에 설치된 공원과 공공체육시설이 역시 생활체육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시내 공원에서는 오전 오후를 가리지않고 조깅을 하는 시민과 마라톤 동호인들의 연습과 시합이 이어지고 있었고 잔디밭 군데 군데 돗자리를 펴고 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시민들도 있었다.
더구나 시외곽 지역에 구축된 생활체육 시설은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주로 설립되었으며 산속에도 라이트 시설이 완비된 야구장이 들어서있는 광경은 미국의 생활체육이 얼마만큼 뿌리깊게 시민들의 삶속에 자리하고 있는 지를 보여줬다. 연수에 동행한 전라북도야구연합회 이석호 사무국장은 “전북의 경우 동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야구장이 제한되어 있어 매번 전쟁을 치르는 수준인데 산 속에도 밤늦게까지 운동할 수 있는 멋진 야구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너무나 부럽다”고 말했다. 시내 하천에서 조정과 카누를 즐기는 현장과 구역구역마다 야간조명 시설이 갖춰진 테니스 코트와 미식축구장 등을 둘러 본 도생활체육회 최병기씨도 “걸어서 10분 거리 이내에 공원과 각종 경기장 등의 생활체육시설이 있다는 자체가 선진국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시설이 부족한 전북의 현실과 비교된다”며 “우리나라의 생활체육도 국민의 건강·복지와 직결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