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 미래다

중소기업 기술력·품질, 대기업 발전 견인 역할 / 동반성장 문화조성해야

▲ 나동채 한전 전북본부장
정부는 지난 10월 ‘한국형 히든 챔피언’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란 2008년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저서에서 비롯되었는데,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强小企業)’ 정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번 발표 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1~3위이며 매출액 대비 R&D 비중 2% 이상, 수출비중 20%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중소, 중견기업을 한국형 히든 챔피언으로 새롭게 정의 하였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우리나라 히든 챔피언은 63개사로 독일의 1307개사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왜 히든 챔피언에 주목하는 것일까? 우선 중소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기업의 99.9%가 중소기업이며,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 종업원이다. 그만큼 생산과 고용의 핵심으로서 산업구조의 저변을 이루고 중산층을 형성하는 기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국에 분포하고 있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며 대기업과의 역할분담을 통해 우리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육성은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독일이 1950~60년대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 낸 것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를 무난히 이겨낸 것도 바로 탄탄한 중소기업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히든 챔피언의 수에서 보듯이 아직 우리나라 중소기업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다.

 

물론 200여년의 산업화 역사를 지닌 독일과 정부와 대기업 주도의 압축성장을 해온 우리의 여건을 고려하면 직접 비교는 무리일 수 있지만, 청년 실업난 이면에 중소기업에서 겪고 있는 구인난,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칭(mismatching)’의 심각성은 우리 중소기업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빠른 기술발전과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몇몇 대기업과 공기업이 담당하기 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중추이자 안전망이라는 인식 아래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에 정부는 ‘뿌리가 튼튼한 중소기업 강국 실현’이라는 비전아래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중소·중견기업의 롤 모델(Role Model)로 제시하고, 기술혁신 환경과 자금·인력·판로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 5월 중소기업 기술보호 법안도 공포한 바 있다.

 

대기업 역시 정부 주도의 동반성장 지원에서 더 나아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경영의 기본전략에 포함시키고 있다.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품질 없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없으며,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곧 대기업의 경쟁력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중소기업 동반성장 업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관련업무를 지난 2013년 신성장동력본부로 편입한 바 있다. 또한 전력산업 동반성장 문화조성을 위한 ‘전력기술 사업화 & 동반성장 박람회(KEPCO Electric Fair)를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한편, 미래기술 분야에 대한 R&D 지원, 전력기술 정보공유, 해외시장 동반진출, 해외지사를 통한 상설홍보관 운영 등 다양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흔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의존적이고 사회, 경제적으로 약한 존재로 오해받곤 한다.

 

하지만 조직 특성상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도전과 창의, 그리고 특유의 집중력으로 만들어진 기술혁신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해법일 수 있다. 다만 정부·대기업 등의 관심과 배려, 잘 정비된 육성정책이 필수적이다. 경제의 뿌리 깊은 나무는 강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글로벌 경제에서 크게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