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은 유지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한가?

■ 제시문

 

〈제시문 1〉

 

몸이 아파서 종합병원에 간 사람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진료카드를 작성하여 기다렸다가 접수하고, 다시 해당 진료과로 찾아가서 접수하고 순서를 기다린다. 의사를 만나니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간호사에게서 서류를 받아 수납하는 곳에 번호표를 받아 기다렸다가 돈을 낸다. 검사실에 가서 다시 접수하고 기다린 다음검사를 받고 이번에는 다시 진료과롤 가서 기다린다. 의사를 잠깐 만나고, 그리고 처방전을 받아서 이번에는 약국으로 간다. 환자는 지칠 대로 지쳐서 병원의 이런 복잡한 체계를 원망하게 된다. 그러나 병원 입장에서보면, 이것은 결코 환자를 골탕 먹이려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만은 환자가 몰려드는 종합병원에서 효율적으로 그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대규모 조직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절차가 관행화되고, 객관화되며, 표준화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한 운영 방식을 가진 조직 형태를 관료제라고 한다. 이와 같은 관료제의 성격을 띤 조직체를 많이 찾아볼 수가 있는데, 예를 들면 기업, 학교, 관공서, 병원 등의 조직 구성표를 보면 한 눈에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 ‘사회문화’ (주) 중앙교육

 

〈제시문 2〉

 

발명가가 어떤 새로운 기술의 용도를 발견하면 그 다음 단계는 사회가 그 기술을 채택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단순히 어떤 일을 하는 데 더욱 광범위하고 빠르고 강력한 수단이라고 해서 당장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기술 중에서도 끝까지 채택되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저항을 겪은 후 간신히 채택된 기술이 무수히 많다. 가장 악명 높은 예를 찾는다면 1971년 미 의회가 초음속 운송 수단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을 거부한 일, 능률적으로 설계된 타자기 자판을 전 세계가 계속 거부하고 있는 일, 그리고 영국이 오랫동안 전기 조명을 채택하지 않았던 일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한 사회로 하여금 어떤 발명품을 수용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어떤 한 사회 안에서 여러 가지 발명품에 대한 수용성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자. 발명품의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적어도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가장 명백한 요인은 기존의 기술과 비교되는 상대적인 경제적 이점이다. 바퀴는 근대 산업 사회에서는 매우 유용하지만 다른 사회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고대 멕시코 원주민들은 바퀴 달린 탈것을 발명했지만 그것의 용도는 운송이 아니라 장난감이었다. 물론 지금의 우리들로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 고대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바퀴 달린 탈것을 끌게 할 만한 가축이 없었으므로 그것은 짐꾼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사회적 가치관 및 위신의 문제이다. 이것은 경제적 이익이나 불이익의 문제에 우선할 수도 있다. 가령 일반 청바지도 똑같이 튼튼하지만 오늘날 수백만 명이 그 두 배 값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입하고 있다. 이것은 그 상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가격 차이보다 더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기득권과의 양립 가능성이다. 타이핑한 문서라면 거의 다 그렇듯이 이글도 역시 ‘쿼티(QWERTY) 자판(윗줄 왼쪽의 여섯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으로 타이핑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같은 자판 배열은 1873년에 공학(工學)의 흐름을 거슬러 태어났다. 즉, 온갖 수단을 다 발휘하여 타이핑 속도를 최대한 늦추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를테면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들을 자판의 각 줄에 두루 흩어 놓았고 주로 왼쪽으로 몰아 놓았다(이렇게 되면 오른손잡이들이 서투른 왼손을 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견 비생산적인 듯한 자판을 설계한 이유는, 1873년 당시의 타자기는 인접한 글자들을 연달아 빠르게 치면 글쇠들이 엉켜 버렸으므로 제조업자들이 타자수들의 타이핑 속도를 늦춰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타자기가 개선되어 이 엉키는 문제가 해결되었다.

 

1932년에 능률적으로 다시 배열된 자판을 시험해 본 결과 타이핑 속도는 두 배나 빨라지고 타이핑에 드는 힘은 95%나 감소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쿼티 자판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뒤였다. 그 동안 쿼티 자판을 사용하던 수억의 타자수, 타자 교사, 타자기와 컴퓨터의 제조업자 및 판매원 등의 기득권 때문에 그로부터 7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자판의 능률을 추구하는 움직임들은 계속 좌절당하고 있는 것이다.

 

쿼티 자판에 대한 이야기는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비슷한 경우이면서도 경제적으로훨씬 더 심각한 결과가 빚어지는 일도 많았다. 가령 트랜지스터는 원래 미국에서 발명되고 특허까지 받았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일본과 미국의 교역에서 미국이 큰 적자를 볼 정도로 트랜지스터화된 전자 제품의 세계 시장을 일본이 장악하고 있을까? 왜냐하면 그 당시 미국의 전자 소비자 제품 업계는 한창 진공관 모델을 양산하고 있었으므로 자신들이 만든 제품과 경쟁하는 것을 꺼렸고 그때 소니 사(社)가 웨스턴일렉트릭 사(社)로부터의 제조 허가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의 도시들이 도로의 조명을 전기로 바꾼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왜 영국의 도시들은 1920년대까지 가스를 사용하고 있었을까? 왜냐하면 영국의 각 시 당국이 가스 조명에 이미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그것과 경쟁하는 전기 조명 회사들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신기술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려해야 할 마지막 요소는 그 기술의 이점을 얼마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느냐 하는 난이도의 문제다. 유럽의 대부분 지역에 아직 총포류가 들어오지 않았던 1340년, 영국의 더비 백작과 솔즈베리 백작은 스페인에서 우연히 타리파전투를 목격하게 되었다. 그 전투에서는 아랍 사람들이 스페인 사람들에게 대포를 사용했다. 두 백작은 그 광경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영국군에게도 대포를 소개했다. 영국군은 열광적으로 그 대포를 받아들였고 그로부터 6년 후인 크레시 전투에서 이미 프랑스 병사들에게 써먹기 시작했다. - 2015 고려대 모의논술(인문) 제시문 재인용

 

■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 논술문을 6단 논법으로 재구성하기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제시문 1〉과 〈제시문 2〉를 바탕으로 관행 유지와 사회변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시오!(1000자내외) (전북일보 논술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은 daum.net로 메일주시기 바랍니다)

 

2. 면접 논제

 

‘기존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그것의 급진적인 혁파 사이의 어떤 중간 형태는 사회변화라 할 수 없는가?’ 에 대해 반론을 고려하여 자신에 생각을 말하시오!

 

■ 쟁점 기출문제

 

1. 논술 : 2015년도 고려대학교 모의논술(인문계열A)

 

〈문제1〉 〈제시문 1〉과 〈제시문 2〉를 활용하여 사회발전에 관해 논술하시오!(75점)

 

〈문제2〉 〈제시문 2〉에 관한 다음의 질문들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여 답하시오!(25점)

 

■ 쟁점 관련 도서

 

〈총,균,쇠〉(2005,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

 

〈목민심서〉(2005, 정약용, 창비)

 

■ 쟁점 관련 영화

 

‘부러진 화살’(2011 , 정지영)

 

‘카트’(2014 , 부지영)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 논술문

기존의 관행을 혁파해야만 사회변화라고 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관행의 유지와 혁파의 중간형태도 사회변화이다. 신기술이 등장했으나 기득권을 대신하지 못하는 경우도 사회변화라고 할 수 있으며 관행의 틀을 유지하고 단점을 개선하는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기술이 기존의 기술보다 적게 활용되는 사례는 〈제시문 2〉에서 찾을 수 있다. 〈제시문 2〉에서는 기술이 활용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바퀴, 트랜지스터 등의 사례가 드러난다. 이러한 발명품들을 개발한 사회는 비록 이들을 활용해 사회 변화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지만,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상태에 진입한 것이다. 즉, 얼마든지 기술을 문제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상태이며 이는 기술의 발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과거의 상태와는 분명히 다르다. 기존의 기술을 대체하지 못하더라도 신기술을 일단 개발했다면 개발한 사회에는 사회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관행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조직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문 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회의 조직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을 한다. 따라서 조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인 사회변화의 핵심이다.

 

물론 기존의 관행이 완전히 제거되어야 사회변화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사회변화가 기술과 문화의 축척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제도나 관습 등은 혁명 등을 통해 사라지기도 하지만 기술을 이용하는 관행이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산업사회로 변하는 과정에서도 농업기술은 여전히 존재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이렇듯 사회변화는 급진적인 관행의 혁파 없이 가능하며 과격한 발상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안겨 사회변화에 대한 반감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변화를 효율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을 토대로 한 점진적 개혁을 이용해야 한다. 최원영(동암고 3학년)

 

2. 교사 총평

 

독해력

 

이번 논제는 관행의 유지와 사회변화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는 것이다. 제시문에는 관료제의 기능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 요인들이 제시되어 있다. 관료제가 기존의 행정적 관행을 조직화한 것이고, 새로운 기술이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들에 의해 수용되지 못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관행이 사회변화의 장애요인이라는 생각과 새로운 기술이 사회변화에 합치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다양한 관점을 끌어내야 한다. 이러 점에서 최원영 학생의 분석은 적절하다.

 

논리력

 

이번 논제는 관행이 사화변화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문 1,2〉를 통해 관행의 장단점,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곧 사회 발전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원영 학생은 기존의 기술을 대체하지 못하더라도 신기술을 일단 개발했다면 개발한 사회에는 사회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이나, 관행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조직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것은 적절하다. 그러나 관료제가 행정적 관행을 조직화했다고 해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료제가 갖는 목적전치, 인간소외,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점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반박이 필요하다.

 

표현력

 

논술문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과 문단구성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원영 학생은 간결하고 객관적인 문장표현과 문단구성이 매우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