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연말 회식문화를 반영이라도 하듯 자가용 운전자들의 대리운전 이용은 증가추세다.
이를 틈 타 일부 대리운전 업체와 기사들이 손님들로부터 ‘웃돈’을 받는 등 얌체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연말이라 콜이 많아 늦을 것이다”고 손님들에게 얘기하지만 기본요금(1만원)에 더해 추가요금을 지불한다고 하면 응대가 달라진 다는 것이 대리운전 이용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먼 지역으로 가야 하거나 눈·비가 많이 올 때는 이 같은 손님 가려받기가 더욱 고개를 든다.
실제 전주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던 지난 22일, 직장인 박모 씨(30·호성동)는 서신동에서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한 대리운전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기사가 배정됐다는 문자가 오지 않았다. 1시간 가까이 기다리던 박 씨는 때마침 인근을 지나던 택시를 잡아 탈 수 밖에 없었다.
박 씨가 집으로 가는 도중 이 대리운전업체에 다시 전화를 걸어 “올 수 없으면, 미리 연락을 주면 되지 않냐”고 하자, 해당 업체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런 것 같다. 추가요금을 내면 바로 기사가 갈 것이다”고 말했다.
전주에 사는 김모 씨(31·중화산동)도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다.
술을 한 잔 걸친 김 씨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서 덕진동에서 중화산동으로 가기 위해 대리운전업체를 찾았다.
하지만 이 업체는 김 씨에게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기사 배정이 어려울 것 같다. 추가요금을 내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길에서 추위에 떨던 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기본요금에 추가로 5000원을 더해 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송년회가 많은 연말을 틈타 대리운전 기사들이 추가요금을 받아 챙기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업체의 경우 자유업으로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으며, 사실상 정해진 요금 체계도 없는 실정이다.
전주지역 대리기사들은 통상적으로 손님 한 명당 기본요금 1만원을 받는다. 이들은 대리운전 업체 2, 3곳과 계약하고 콜 당 수수료 3000원을 업체에 내고 있다.
수수료와 교통비 등 경비를 제외하면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절반 남짓 된다. 이 때문에 대리기사들은 대리운전 수요가 크게 느는 연말에 ‘웃돈’을 얹어주는 소비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역 한 대리기사는 “날씨가 좋지 않거나 먼 지역을 갈 때 웃돈을 준다는 손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전북지역 대리운전노동조합의 한 간부는 “대리운전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많고 우리가 교통비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남는 게 별로 없다”면서 “웃돈은 필요에 의해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