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였던 업종들이 불경기와 연이은 국가적 재난사태라는 역풍을 맞아 맥을 못추고 있다.
전주에서 달력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유영구 씨(63)는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면서 “지난해 500부를 주문하던 업체가 올해는 350부를 주문하는 등 달력시장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유 씨는 “경기가 좋을 때는 그림이 들어간 달력 주문이 많이 들어왔는데, 요즘은 단순히 숫자만 쓰여 있는 저렴한 달력이 잘 팔리는 편이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홍보용으로 제작하던 달력이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년이면 곳곳에서 들어오던 무료 달력도 보기 힘들어졌다는 푸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회사원 김모 씨(36)는 “확실히 인심이 사나워졌다”면서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 재난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마음도 황폐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쇄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최동주 씨(53)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주로 스마트폰에 내장된 달력이나 메모장을 이용한다”면서 “이 때문에 인쇄업계의 체감경기는 사상 최악이다”고 하소연했다.
군밤장수 A씨는 “14년째 이 일을 하는데 올해는 참 지긋지긋했다”며 “책상에 앉아 펜대나 굴리는 사람들이 무슨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지 모르겠다. 진짜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처럼 연말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점집이나 사찰 등에는 다소나마 찾는 사람이 있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역의 B사찰 주지스님은 “지난 동지(冬至) 때 유독 신자들이 많이 몰렸다. 신자들은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액운을 떨쳐내고, 희망찬 새해가 오기를 기원했다”면서 “내년에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C씨는 “주로 개인신상의 길흉을 묻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지만, 일부는 올해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갖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