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40·여)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3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출두, 구속 위기에 처했다.
지금껏 재벌가 2세나 3세가 경제 관련 범죄로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서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항공기항로변경이나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까지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서부지검은 당초 조 전 부사장의 폭행·욕설 등 '땅콩 회항' 사건 자체에 수사력을 모았지만, 국토부 소속 조사관이 대한항공 측에 수시로 정보를 흘린 혐의 가 포착되면서 대한항공과 유착한 국토부 공무원을 일컫는 '칼피아'에까지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사건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발 인천행 KE086 항공기에서 일어났다.
일등석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창진 사무장을 질책하며 항공기에서 내리게 했다.
이 때문에 항공기는 JFK 공항에 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중 탑승구로 되돌아가는 초유의 '땅콩 회항'을 했다.
3일 뒤인 8일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비난이 쏟아지자 대한항공은 뒤늦게 사과하면서도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해명해 책임을 승무원에게 떠넘겼다는 뭇매를 맞았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건이 관련법률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또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9일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서 퇴진했고, 다음 날 부사장직까지 내놨다.
검찰은 11일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해 항공기 운항기록과 조종실 음성녹음 파일 등을 확보하고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을 시작으로 박 사무장, 마카다미아를 제공했던 승무원, 일등석 승객 박모씨를 잇따라 소환 조사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7일 12시간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12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승무원들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14∼15일 이틀에 걸쳐 박 사무장과 승무원의 집을 찾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박 사무장은 12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TV 뉴스에 출연해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면서 사건 이후 거짓 진술을 강요받고, 대한항공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국토부는 16일 대한항공에 대해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결정하고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국토부 조사 과정에서 '봐주기식 조사'라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고 실제로 일부 조사관이 대한항공 측과 수시로 연락을 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수사는 '칼피아'로 번졌다.
국토부가 조사 과정에 대한항공 객실 담당 여모 상무를 동석시키고, 그가 조 전부사장을 두둔한 것으로 밝혀지자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잇따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18일 여 상무가 사건을 최초 보고한 이메일 삭제를 지시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일부 시인함에 따라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입건했다.
그리고 24일 오전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업무방해 등 네 가지 혐의로, 여 상무에 대해서는 증거인멸과 강요 혐의로 각각 사전구속영장 청구했다.
또 같은 날 여 상무와 수시로 통화해 조사 내용을 누설한 혐의로 국토부가 수사를 의뢰한 김모 조사관을 체포하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 조사관은 결국 지난 26일 '땅콩 회항' 사건 관련자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
아울러 검찰은 국토부 간부들의 좌석을 대한항공이 수시로 무상 업그레이드 해줬다며 참여연대가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이를 형사5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는 3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초유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두 사람이 구치소에 수감될 지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