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의 변화와 과제]'韓 전주' 정체성 찾아 관광객 1000만 시대 연다

주차·숙박 인프라 적고 지나친 상업화로 '위기' / 대표 콘텐츠 발굴·사람 중심 교통환경 갖춰야 / 국제슬로시티 재지정 평가 앞두고 거듭날 채비

▲ 주말이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전주 한옥마을. 한옥마을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해마다 급증, 올해에는 600만명에 근접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삶의 질을 강조하는 ‘웰빙’과 치유를 의미하는 ‘힐링’이 우리 사회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한옥마을이 인기다. 전국 각 자치단체들도 잇따라 한옥마을 조성에 뛰어들고 있다.

 

한옥마을의 대명사는 단연 전주다. 전주 한옥마을은 사시사철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또 한국의 전통문화 원형이 담겨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 2010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론도 나온다. 주차장과 숙박시설 등 급증하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나친 상업화와 콘텐츠 부족으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주시는 새해 이같은 위기를 극복, 향후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열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 급증하는 관광객

 

전주시 풍남동·교동 일대 29만8260㎡에 자리잡은 한옥마을은 1930년대부터 형성돼 현재 774동의 건축물(한옥 603동)과 함께 경기전·오목대·향교 등 문화재가 밀집돼 있다.

 

한옥마을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지난 2002년 약 30만명에서 2008년 131만명, 2010년 350만명에 이어 2013년에는 508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 2014년에는 600만명에 근접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말이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전주지역 관광객 중 한옥마을 방문객이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도가 높다. 전통 생활영역이라는 공간적 이점과 더불어 전주의 대표적인 문화자원이 집중돼 관광객 과밀화가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주변의 관광 거점 부족으로 인해 밀려드는 관광객 압력 해소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 지속가능한 성장 ‘위기론’

 

전주 한옥마을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부상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위기론도 나온다.

 

우선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시설이 우후죽순 증가하고 원주민 유출로 상주 인구가 감소하면서 전통 생활영역으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

 

전주시에 따르면 한옥마을 인구는 2008년 2339명에서 2014년 1534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상업시설은 같은 기간 139곳에서 366곳으로 대폭 늘었다.

 

여기에 밀려드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숙박시설 등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 한옥마을 여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통문화 콘텐츠도 부족하다. 한옥마을 내 전통문화 관련 공공 문화시설과 민간시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대표적인 콘텐츠를 찾기 어렵고 관광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특히 2015년 11월 국제슬로시티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살려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수용태세 개선 종합계획 마련

 

한옥마을 위기론이 부상하면서 전주시가 최근 주민 정주여건과 관광객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한옥마을 수용태세 개선 종합계획’을 내놓았다. 교통·숙박·위생·청소·건축 등 각 분야에서 문제점이 발생함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수립한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종합계획은 크게 △한옥마을 관리·운영체계 강화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 조성 △사람 중심의 교통환경 조성 △멋스러운 한옥관리 △전통문화 관광콘텐츠 확충 △지속가능한 슬로시티 조성 등 6개 분야에서 추진된다.

 

우선 한옥마을의 정체성부터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지나친 상업화로 주거공간이 상업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행정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생활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주민 정주여건을 개선할 방침이다.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한옥마을 내 대규모 축제와 행사를 제한하고, 상징적 의미를 갖는 ‘한옥마을 촌장제’도 운영한다.

 

‘지구단위계획 운영 강화’대책도 내놓았다. 지구단위계획상 허용되지 않는 상가 입점을 제지하고 임의로 업종을 변경한 업소에 대해서는 행정지도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쓰레기 수거시간 연장과 공중화장실 2개소 신축 및 24시간 개방화장실 확대, 금연구역 확대, 불법 노점행위 단속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교통환경 개선을 위해 치명자산 성지 주차장을 비롯, 6곳에 총 5050면의 주차장을 추가로 조성하고, 전주역과 터미널을 경유하는 한옥마을행 전용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할 계획이다.

 

조봉업 부시장은 “한옥마을 종합계획은 전주 관광산업의 기틀을 마련해 1000만 관광객 유치와 5000명 관광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지속가능한 명품 한옥마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 외연 확대, 관광객 분산

 

전주시는 포화상태인 한옥마을 관광객을 옛 도심과 덕진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북부권으로 확산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같은 구상과 맞물려 2014년 10월 말 개장한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은 일단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전주시는 또 덕진공원을 세계적인 도심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오는 2019년까지 호수 수질개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공원 둘레길 정비사업을 마무리, 덕진공원 명소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인근 풍남문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새해부터 풍남문 광장에서의 대규모 축제와 행사 개최를 원칙적으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주차난 해소 교통대책 추진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대한 만족도 저하의 주요 원인이 주차장 부족에 따른 교통 혼잡과 보행 불편에 있다고 판단, ‘사람 중심의 교통환경 조성’계획을 마련했다.

 

시는 우선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6곳에 총 5050면의 주차장을 확충하기로 했다.

 

먼저 치명자산 성지에 1000면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하고 월드컵경기장 부설 주차장 800면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새해부터는 한옥마을 인근 대성동과 군경묘지 부근 등에 주차장을 새로 조성, 3250면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또 기존 한옥마을 내 공영주차장의 요금을 인상, 치명자산 성지 주차장으로 차량을 유도하고 기린로 및 전주천 서로에 유료 노상주차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한옥마을 차량 통제구간도 확대된다. 시는 주말 및 휴일 ‘차 없는 거리’ 운영을 은행로·태조로에 이어 한옥마을 전 구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옥마을 내 15곳에 차량 통제시설도 설치된다.

 

한옥마을 주차난에 따른 불편을 시내버스와 셔틀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해소한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우선 동물원에서 전주역과 버스터미널·시청 등을 경유하는 한옥마을행 전용 시내버스 노선을 개설, 새해 5월부터 운행한다. 관광객 수요에 맞춘 신규 노선으로 한옥마을의 특성에 맞는 차량을 별도로 제작, 명품 버스를 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해 3월부터 치명자산 성지 주차장과 한옥마을을 오가는 25인승 규모의 셔틀버스를 본격 운행한다는 계획도 교통대책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