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

새정치의 아이콘인 안철수 의원이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새정치연합 창당을 주도한 것이 지난해 초다. 당시 새정치추진위를 출범시킨 안 의원은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담아낼 수 없다. 이젠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 밖에 없다.”며 그 첫걸음을 디디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라는 링컨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민통합의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창당 계획을 접고 그해 3월 1일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했다. 100년은 커녕 100일도 가지 못했다. 50 대 50의 수평적 통합을 강조하고 당명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했다. 외형은 그럴지언정 사실상 새정치연합이 민주당에 먹힌 꼴이었다.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 후보’들의 참패가 잘 말해준다.

 

정치공학적 통합은 진정성이 없고 결말도 좋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그런 경우다. 새정치민주연합이란 당명을 쓴 지 채 1년도 안돼 또 당명 개정 논란이 일고 있다.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선거에 나선 박지원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을 민주당으로, 문재인 의원은 새정치민주당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발음하기 어렵고 ‘새정련’ ‘새민련’ 등의 약칭도 별로인 모양이다. 개정 이유도 명확치 않고 사과도 없다.

 

세력으로 사귄 사람은 세력이 기울면 끊어지고, 이익으로 사귄 사람은 이익이 다하면 흩어진다(以勢交者 勢傾則絶, 以利交者 利窮則散)는 세간의 법칙이 어긋나지 않는 걸까. 새정치의 효용성이나 안철수의 약효가 다했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어쨌건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정통 야당이 어쩌다 문패만 바꿔 다는 신세로 전락했는 지 안타깝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200년,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정당역사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당 수명이 짧은 건 우리나라의 정치가 그만큼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혁과제들에 대한 실천 없이 포장지만 그럴듯 바꿔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다 보니 당 이름만 바꾸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발가락이 가려운데 구두를 긁는 꼴이다. 내용물을 바꾸지 않고 간판만 바꿔 단다면 정치소비자들의 냉소가 쌓일 수밖에 없다. 국민 눈높이 정치를 한다는 게 그렇게도 어려운가.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