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적합한 양식을 찾는 실험운동에 집중한 것은 역시 건축 분야였다. 마천루 건설이 실제로 왕성하게 이루어졌던 곳은 미국인데, 시카고와 맨해튼에서는 이미 19세기말~20세기 초에 마천루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건축가들이 산업기술을 축적하고 자본을 집중시켜 높이 경쟁을 벌였다. 1931년에 지어져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자리를 40여 년 동안이나 지켰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그 결정체다. 그러나 엠파이어스테이트의 영광도 오래 전에 끝났다. 세계 최고의 자리를 빼앗기 위한 마천루의 경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1위 마천루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다. 163층에 그 높이가 828m나 된다. 그러나 부르즈 칼리파도 2019년에는 1위의 자리를 빼앗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상 167층에 1,007미터 높이로 건설중인 ‘킹덤 타워’가 완공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갱신되는 높이 기록이 흥미롭지만 그 이면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말이 관심을 집중시킨다.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index)다. 1999년 경제학자 앤드루 로렌스에 의해 개념화된 ‘마천루의 저주’는 초고층 빌딩 건축 붐이 거품 경제를 불러와 결국은 대규모 경제불황을 맞게 된다는 상황을 이름 붙인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런 상황이 우연히 이뤄진 현상이 아니라 초고층 건물을 짓는 국가마다 어김없이 금융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이다.
요즈음 국내에서도 ‘마천루의 저주’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우리나라 최고층빌딩으로 주목을 받은 제2롯데월드몰의 계속되는 안전사고가 계기다. 지나친 우려란 반론도 있지만 허투루 지나가기에는 찝찝함이 크다. 늘 과도한 인간의 욕망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