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와 함께 잘 익혀 나온 귀뚜라미 볶음이 속속 식탁에 놓여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갈색의 곤충에 모아졌다. 상상하던 그대로였다. 온통 갈색인 몸과 날개, 더듬이의 형태가 그대로였다. 시각적인 부담을 뒤로 하고 젓가락으로 한 마리를 집어 입 속으로 투척했을 때 맛은 다소 의외였다. 질감은 새우 껍질같았고 약간의 고소함이 있었다.
지난 9일 오후 6시30분 전주시 서학로의 한 음식점에 ‘귀뚜라미 시식회’도 아닌 ‘미래 식량 귀뚜라미 효능 생체 실험’이라 이름붙인 자리에 ‘모르모트(marmotte, 실험용 동물)’를 자청한 20여명이 모였다. 살벌한 플래카드만 없다면 거나하게 저녁과 음주를 하는 분위기였다.
귀뚜라미를 가까이 관찰하고픈 사람과 호기심에 먹어 보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사람, 주최자인 벤처기업 ‘239’의 대표 이삼구 박사(50)의 지인 또는 지인의 지인 등이 참여했다.
귀뚜라미의 섭식 순서는 먼저 볶음이었다. 이어 플레인요구르트에 첨가한 분말은 간격을 나눠 2번 먹었다. 이 박사는 1인당 100마리 분량은 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생체실험은 그가 숙취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9번째 시식회로 마련했다.
그는 “동일한 장소와 시간에서 나타나는 생체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다”며 “평소 먹는 술의 양보다 많이 마셔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옆 손님들도 신기한 듯 쳐다보고 귀뚜라미 배분을 요청하기도 했다.
볶음은 생김새로 인해 젓가락질을 망설이게 했지만 씹을수록 고소하다는 평이었다. 이후 플레인요구르트 위에 갈색의 분말이 한 숟가락 가득 얹어졌다. 40~50마리 분량이었다. 시식한 결과 고소함이 볶음보다 더했고 씹히는 풍미나 맛이 들깨가루 같았다. 맛 평가에서는 볶음보다 호평이었다.
군산에서 왔다는 설수현 씨(23)는 “몸에 좋다고 해 굉장한 기대를 하고 왔는데 번데기처럼 맛있게 먹었다”며 “술을 마셔도 취한 느낌이 덜하다”고 말했다.
김보정 씨(25·전주대3)는 “처음에는 약간의 혐오감이 있었는데 먹어보니 거부감이 없어졌다”며 “평소 소주 1병 반까지 먹는데 오늘은 2병을 마셨어도 괜찮다”고 들려주었다.
귀뚜라미는 잡기 전에 해감처럼 1~2일 먹이를 주지 않는다. 이후 멸치처럼 뜨거운 물에 데치고 영양소 파괴를 줄이기 위해 동결 또는 저온 건조를 한다. 이를 그대로 요리해 먹거나 갈아서 분말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인식의 전환은 이미 이뤄진 상태에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각기 비슷한 양의 귀뚜라미를 제공했다”며 “단백질, 오메가3, 베타카로틴,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고 소개했다.
그를 귀뚜라미 전도사로 인도한 것은 지난 2012년 우연히 보게 된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미래 인류의 식량전망 보고서’였다. 당시 유엔 산하 국제표준화기구(ISO) 분과위원회에서 한국대표로 활동하던 그는 충격을 받고 대체 식량으로 국내 조건에 맞는 고단백 곤충으로 귀뚜라미를 찾았다. 이후 귀뚜라미 대량 사육 체계를 개발했다.
이 박사는 “선진국은 이미 제품화됐고 우리 나라에서도 식품 원료의 가능성을 본 만큼 앞으로 산업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