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가정,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 같이 놀던 친구들, 또는 사회의 어떤 무리와 멀어져 혼자 있게 되는 순간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이를테면 학교, 학원, 직장 같은 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와 신발을 벗을 때마다 허무함을 느끼는 그런 순간들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순간들을 즐길 수는 없는 걸까?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친구들 중 유독 혼자 있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해 만날 때마다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며 매번 내 발목을 잡던 녀석이 있다. 하루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CD를 몇 개 사더니, 어느 날 비어있던 책상에 디제잉 장비가 떡 하니 놓여있는 게 심상치 않았는데. 세상에 길은 많고 정답은 없다 했던가. 지금 그 친구는 하루에 몇 시간씩 시간을 쪼개 꼬박 꼬박 음악을 듣고 주말마다 클럽에서 디제이를 하며, 어느새 친구들 사이에서도 ‘재밌게 사는 놈’ 으로 불린다.
사실, ‘혼자서 노는 법’ 따위는 나도 잘 모른다. 애초에 누구에게 고민처럼 말하거나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을만한 그런 거창한 일이 아니니 혼자서도 잘 먹고 잘 노는 법은 젓가락질 하는것 만큼이나 간단하다. 비록 남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짓처럼 보일지라도 내가 혼자 있을 때 심심함을 느끼지 않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누가 뭐라 한들 그것이야말로 ‘혼자서도 잘 노는 법’ 인 것이다.
누군가 내 옆에 있을 때는 절대 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이던 ‘영화관에서 궁상맞게 혼자 영화를 보는 일’도 몇 번 해보고 나니 더 이상 여자친구나, 친구들에게 보고 싶은 영화를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재미가 들렸는지 요즘엔 혼자서 보고 싶은 영화들은 따로 적어두기까지 한다.
전에는 지겨워 한숨 나오던 혼자만의 시간들이 지금은 오히려 아쉬운 순간들이 되었다.
그런 아쉬움들이 차츰 쌓일 때쯤엔 젊거나 늙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누구는 자전거를 탄다더라, 누구는 요리를 한다더라 같이 들리는 소문에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고, 나이와 내가 속한 사회의 직책을 떠나 앞으로 주어진 내 시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만큼 고민되는 일도 몇 없을 거다.
존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 이란 영화를 보면 마지막 즈음 이런 훈훈한 대사가 나온다. 비긴>
“이래서 내가 음악을 좋아해. 가장 따분한 순간까지도 갑자기 의미를 갖게 되니까. 이런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지. 그게 음악이야.”
상투적 일 수도 있지만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왠지 모르게 수긍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아주 간단한 생각의 전환만으로 늘 홀로 다니던 지옥 같은 출·퇴근길이 정말로 지옥처럼 느껴질 수도, 혹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 산책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 중요한 것은, 우리는 이미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꼭 긴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야 깨닫고 만다는 것이다.
△문이랑 프로듀서는 인디레이블 YOUNG, GIFTED&WACK 소속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