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들인 호남 KTX 저속철로 만들지 말라

호남고속철도(KTX) 개통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정부가 내놓은 ‘서대전 경유’ 방안은 호남권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경부고속철도보다 10년이나 늦게 개통되는 호남KTX가 느림보 저속철로 전락하는데다, 정부의 대전 챙기기에 호남만 불이익을 받게 되면 호남 민심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철도공사가 제출한 호남KTX 운행계획 변경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15일 ‘호남KTX 운행계획 변경 관련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호남KTX 서대전 경유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개통 2개월을 앞두고 느닷없이 서대전 경유 카드를 내놓은 것은 황당하기도 하다.

 

정부가 확정해 진행한 기존 호남KTX 노선은 용산역-오송역-남공주역-익산역-정읍역-광주역이다. 호남KTX가 이 노선대로 운행하면 용산역에서 익산역까지는 66분이면 도착하고, 광주 송정역까지도 1시간 33분 걸린다. 지역민들은 고속철도 개통을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이번에 내놓은 ‘서대전 경유’ 노선 변경안이 확정되면 호남KTX는 익산역까지 111분 걸리고, 송정역까지 2시간 16분 걸린다. 오송역에서 남공주를 거쳐 익산으로 직행해야 하는 호남KTX가 오송에서 방향을 틀어 대전-서대전을 거쳐 익산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거리는 32㎞ 늘어나는데 불과하지만 시간은 무려 45분이나 늦어지는 것이다. 대전에서 익산 구간은 고속철도 구간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호남선 철도를 이용해야 하고, 결국 시속 300㎞ 이상 고속을 자랑하는 KTX의 속도가 이 구간에서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8조35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개통하는 호남고속철도가 저속철로 전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현재 운행중인 전라선KTX도 익산-대전 구간에 대한 정부의 투자 외면으로 저속철 신세인데, 호남선KTX까지 저속철로 만들어서는 안될 일이다.

 

충청도 쪽이 호남선 전체 편수 가운데 50%를 요구하고, 정부가 20%로 조정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의 충청도 챙기기에 호남이 계속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 지난 2005년 호남KTX 분기점 결정 당시에도 정부는 호남쪽 요구를 외면하고 오송으로 결정, 호남인의 ‘시간’을 빼앗았지 않은가.

 

국토부는 2월 중에 이 노선 변경안을 최종 처리할 모양이다. 전북 등 호남권이 공동으로 나서 ‘서대전 경유 노선 변경안’을 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