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급과잉은 미국의 셰일 붐으로부터 촉발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OPEC의 산유국들은 감산백지화에 동의하였고 사우디를 중심으로 더욱 거센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공급은 과잉인데 이에 반하여 수요는 위축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에 발목을 잡혀 수요증가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석유소비는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시장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함께 비례적으로 증가추세를 유지해 왔다. 세계금융위기라는 침체기를 거쳐 2010년까지는 3.3%의 높은 증가세를 보여 왔으나 2011년 들어 수요 증가율이 1.0% 초반으로 급락하더니 올해에는 0.8%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탈석유화정책도 석유 수요 위축의 또 다른 요인이다. 국제유가의 하락추세는 다양한 전망이 가능하지만 대체로 하향 안정화에 동의하는 것 같다. 세계경제는 1980년 저유가 이후 30년 만에 다시 저유가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침체기에 맞은 저유가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국제유가하락에 대한 이해득실은 국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유가로 인한 에너지 비용의 절감과 원재료 값 하락으로 인한 제품가격의 인하가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킬 것이고 기업들에게 보다 높은 이익률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국제유가하락은 세계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나 국제유가하락으로 인한 경기회복 효과는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에서 그 빛을 발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득은 미국이 보게 될 것이다. 금번 국제유가하락으로 미국이외에도 일본, 유럽, 중국 등이 이익을 볼 것이다. 하지만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신흥국들은 경제위기라는 어둠의 그림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에는 가장 치명타가 될 것이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이 원유일 뿐만 아니라 원유생산을 위한 한계비용이 산유국들에 비해 턱없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는 유가하락이 양날의 칼과 같다. 자칫 물가하락의 회오리가 소위 신3저(엔저, 저금리, 저성장)현상과 겹쳐 그렇잖아도 힘겨운 우리경제를 장기디플레의 늪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유가하락으로 인한 산유국의 수요 감소와 유럽의 디플레이션 조짐 확산과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우려로 인한 유럽경제의 침체가 가중된다면 우리의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GDP대비 원유수입량(8.1%)이 아시아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나라이다.
따라서 유가 하락은 대체로 경기회복에 호재가 될 것이지만 가전, 자동차, 건설플랜트 등과 같은 수출산업의 미래에는 악재가 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간절히 소망한다. 새해 벽두에 찾아온 유가하락의 새로운 무역풍이 디플레이션을 야기하는 역풍이 아닌 순풍으로 우리경제를 나아가게 할 수 있기를….
△강남호 교수는 한국산업경제학회상임이사, 전라북도재정사업민간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