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KTX 서대전 경유땐 '저속철'
호남고속철도의 건설 취지는 수도권과 호남권을 신속하게 연결해 인구 유입과 관광활성화 등 고속철도를 통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확산시키는데 있다. 관건은 운행 또는 통행시간 단축이다. 거리를 줄이고 속도를 높이면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의 ‘철도건설선 고속화 실행계획 수립방안 연구(2008년)’ 등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신칸센 통행시간이 항공 통행시간보다 30분 정도 긴 경우 철도수송 분담비율은 65%이나, 신칸센 통행시간이 항공 통행시간보다 약 6분 정도 짧은 경우에 철도 수송 분담비율은 88%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경부고속철도 개통 직후 서울~대전 구간의 통행시간이 50분 단축되었는데, 이로 인해 철도 이용자는 3,642명 늘었다. 서울~대구 구간도 통행시간이 87분 단축돼 이용자 수는 8,740명 증가했다.
철도공사의 부채와 기존 대전·충남권 수요를 이유로 고속철을 저속철로 만들자는 일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서 밝혔듯이, 열차 속도 향상에 따른 통행시간 단축은 철도 이용자 수를 증가시키고, 교통시장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애초 계획대로 호남고속철이 자리 잡게 되면, 2025년까지 익산역 이용객이 현재 1만명에서 1만8,000명으로 늘어나고, 정읍역은 3000명에서 4000명, 광주 송정역은 50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KTX가 정차하는 익산·정읍·광주 송정역이 낙후된 호남경제 발전의 구심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서대전을 경유하는 KTX는 호남권 승객의 이용률을 떨어뜨려 공사의 적자를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2013년 상행선 기준, 송정역~용산역 간 하루 평균 이용객은 865명인데 반해, 송정역~서대전 간 이용객은 94명으로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호남권 이용객 대부분은 대전이 아닌 서울로 가는 승객인데,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지는 KTX를 찾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건설 취지 훼손 말아야
2004년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된 지 10여년 만에 호남권도 이제 반나절 생활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서대전역 경유’안이 끼어들면서, 이날 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 530만 호남인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서대전역 활성화를 위해 운행편수를 50% 이상으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며 지역 간 감정싸움을 부추 있다. 호남고속철도의 건설취지와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변경계획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고속철도는 고속철도답게 운영하는 것이 순리이자 원칙임을 정부와 철도당국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정희 의원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