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인 김무성 대표에 대한 시각과 기대

▲ 이성원 정치부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2일 명예도민증을 받고 전북도민이 됐다. 전북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살고 있지도 않지만, 전북사람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지금까지 전북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공로의 평가이기도 하고, 앞으로 더욱 노력해달라는 당부의 의미도 담겨 있다.

 

사실 명예도민이란 게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는 전북의 명예도민이 된데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명예도민증을 받기 전날 지역 언론인들과의 만찬에서 그는 집안내력을 이야기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그의 조상은 원래 서울에서 살았다. 그러나 무오사화를 당해 서울에서 살 수 없게 되자 숨어들어와 살게 된 곳이 임실이었다. 그 뒤 연산군이 사망하고 복권돼 서울에 올라갔으나 이미 집도 없어지고 더 이상 살 수 없어 재산을 정리해서 내려온 곳이 장수였다. 장수에서도 상당기간을 살았고, 선산까지 마련했으나 또다시 일은 터지고 말았다. 선산 묘소에서 밀장이 발견됐고, 시비 끝에 주먹다짐이 있었는데 그만 상대편 사람이 죽고 말았다.

 

더 이상 장수에서 살수 없게 된 조상들은 또다시 야반도주를 해야 했고, 그렇게 도착한 곳이 경남 함양이었다. 조상에 대한 제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당시의 상황에서 김 대표 집안은 마을 주민들 몰래 야음을 틈타 산소를 찾아와 성묘를 해야 했다. 그 뒤 양 집안이 화해했으며, 김 대표는 지금도 매년 장수의 선산을 찾는다고 했다.

 

이 뿐 아니다. 김 대표의 아버지가 전남에 차린 전남방직은 현재 익산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독실한 원불교 신자였던 김 대표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뒤 원불교 재단이 운영하는 익산 영묘원에 모셔져 있다.

 

만찬 자리에서 김 대표는 지역 언론에게 적지 않은 호감을 줬다. 시원하고 거리낌이 없으면서도 비교적 진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때문이었을까? 지역 언론들은 다음날인 22일 전주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에 은근히 기대감을 가졌다. 이러한 기대는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전북발전의 필요성과 각종 지역현안의 절박감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이 이뤄졌지만, 도민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약속’은 없었기 때문이다. 실상은 실망감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의 현안들이 고루 나열됐지만, 어느 것 하나도 이렇다 할 결론은 없었기 때문이다. 가짓수는 많은데 젓가락이 갈 데 없는 밥상과 비슷했다. 특히 최근 지역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KTX 서대전 경유에 대한 김 대표의 이중적이고 모호한 태도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KTX 서대전 경유 문제는 지역 간의 대립이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다. 호남선에 20회를 늘리면서 이중 18회는 서대전역을 경유토록하겠다는 것으로 전북도민들에게는 생색내면서 약만 올리는 것이다. 불과 2시간도 안걸리는 곳을 가기 위해 1시간을 돌아가는 열차를 탈 정신 나간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로만 늘렸지, 늘린 것은 아무 것도 없다.

 

KTX 운행계획이 특정 지역의 탐욕에서 비롯된 정치적 기획사건이라는 의혹도 짙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전북은 정치적으로 힘이 약하다.

 

새누리당 전북지역 당협위원장들은 존재감조차 없다. 도민들도 별로 기대를 안 한다. 그래서 도민들은 이제 막 전북도민이 된 김무성 대표를 주시하고 있다. 냉정하고 공정하게 판단하고 올바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