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방문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 "오래 두고 보는 영화 만들고 싶었죠"

노부부의 편한 풍경에 매료 / 마지막 할머니 우는 장면 예측불허 다큐멘터리의 힘

전남 해남이 고향인 그가 전주에 일주일가량 머물렀던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 워크숍이 전주에서 열렸을 당시를 그는 여름 혹은 6월이 아닌 ‘벼가 50㎝ 정도 자랐을 때’라고 표현했다. 풍광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그 특별한 눈길이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에 닿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국 독립 영화 역대 최대 관객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5월 7일 전주국제영화제에 들러 상영작 3편을 보고 난 이후 이뤄진 오랜만의 전주 방문이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을 지난 23일 전주의 음식점에서 만났다.

 

-평소 주변 풍경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정겹잖아요. 저는 마이너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전남 해남 시골 출신에 지방대 졸업, 비정규직 신분으로 방송도 했고요. 다큐멘터리를 택하게 된 원인이었지만, 이 때문에 성공했다는 건 과장이죠. KBS 인간극장에서 마주한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의 풍광이 편했고 스스로 좋았기 때문에 영화화할 결심을 했죠.”

 

-그간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흥행과 거리가 멀어 우려도 컸을 듯합니다.

 

“흥행이 됐으니 흥행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고, 이런 영화는 흥행의 대상이 아니에요. 취급하지 않죠. 점포에서 그저 구색을 갖출 뿐, 주력 상품이 아니죠. 저희도 작업할 때 흥행을 바라고 시작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다면 어떤 생각으로 처음 출발하셨나요?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게 뭔가에 대한 고민만 있었죠. 단순해요. 470만 명이 본 흥행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지우고, 그냥 작은 다큐멘터리를 세상에 내놓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죠. 영화 콘텐츠는 텔레비전과 다르게 생명력이 길고, 소비하는 무게가 있으니까요. 오래 두고 보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400시간 가까이 촬영했는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라…그런 게 없어요. 그냥 한 덩어리 같아요. 가슴에 엄청난 충격을 준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지내 놓고 보니 한 시절이 뭉텅이로 지나간 느낌이랄까. 꿈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낱개들이 아닌 영화의 86분처럼 한 덩어리로 느껴져요.”

 

-마지막, 할머니가 서글프게 우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카메라를 미리 설치하신 건가요?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돌발성 즉, 예측을 못 하는 거죠. 장례식에는 카메라 2대를 사용했고, 1대는 구도를 미리 설정해 놨는데 할머니가 거기서 아주 묘한 행동을 취하셨죠. 인사하고 돌아보고 돌아보고…. 원래 그 정도면 프레임에서 빠져나가거든요. 대부분 영화가 그렇게 끝나죠. 그런데 할머니가 프레임 끝에서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고, 그게 카메라에 잡혔죠.”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장면.

-우연히 만들어 낸 장면이네요.

 

“1년 동안 동고동락한 조감독 2명이 그 장면을 찍었어요. 그들에게 가르친 건 ‘버텨라’는 거였어요. 카메라만 잡으면 마음이 안절부절못해져요. 하지만 한 컷으로도 설명할 수 있으니 섣불리 바꾸지 말라고 가르쳤죠. 나중에 그 화면을 보자마자 이 장면이 영화의 시작이고 끝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독립 영화인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제가 감히 누구한테…. 이 영화는 독립·예술·다양성 영화죠. 제가 독립 영화인이냐고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독립 영화의 대표도 아니고요. 앞으로 독립 영화만 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죠. 대신 극영화를 할 것도 아니고요. 그저 작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다큐멘터리스트로 사는 거예요. 누구나 다 유명해져야 하고 빛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의 길이 있으니 그 빛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주제넘은 것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