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 경찰과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어린이집·유치원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실태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그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정된 전담인력으로 짧은 기간 내에 수많은 보육시설 및 아동 교육시설을 조사해야 하고 CCTV 모니터링이나 설치 유무 등 형식적인 확인에만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전북도와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일선 경찰서와 14개 시·군은 민·관 전담팀을 꾸려 관할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의 아동학대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전북지역 조사 대상은 어린이집 1653곳, 유치원 508곳이며 조사 기간은 다음달 15일까지다.
경찰과 각 시·군은 아동학대 관련 피해 신고·제보가 접수됐거나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을 우선으로 조사하고 있다.
실태조사는 CCTV 영상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받아 열어보거나 보육교사와 원장 등을 상대로 특이사항을 물어보고 아동학대 유형에 따른 자가점검표를 건네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사 대상 보육시설 중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CCTV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턱없이 적은 인원으로 수많은 보육·교육시설을 단기간에 조사해야 하는 탓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전주 덕진구의 경우 경찰관과 공무원 등 모두 17명이 5개팀으로 나뉘어 관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364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 팀당 72.8곳을 맡아야 하는 셈이다. 정해진 기간 내 모든 조사를 끝내려면 적어도 하루에 4곳 이상을 둘러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담당 공무원의 설명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주지역에만 어린이집이 740곳이나 된다. 시지역에서는 사실상 보육시설 전수조사가 불가능하다”면서 “이 때문에 과거 아동학대가 발생했거나 CCTV가 설치된 곳을 선별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아동전문가들은 CCTV 확인이나 설치 권고는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영기 대표는 “인천 어린이집 사건에서 보듯 CCTV가 설치됐다고 해서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 “무작정 CCTV를 늘려가는 것보다 보육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인성·인권교육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옥례 전북어린이집연합회장은 “CCTV 확인은 문제 소지가 있는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아무 잘못도 없는 교사들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는 아동학대 예방에 주안점을 두고 실시하는 것이다”며 “미리 방문 일정을 해당 보육시설에 알리는 등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