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집단으로 설사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관계 기관들이 신고 하루 만에 “식중독은 아니다”면서 사건을 종결지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식약처가 급식 안전을 위해 대대적인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어서 앞으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익산에 위치한 A고등학교는 학생 32명이 설사 증세를 보였다면서 익산시에 신고했다. 이 학교는 급식실을 폐쇄하고 정수기 사용을 중단했으며, 익산시보건소 및 광주식약청 등 관계 기관들이 역학조사반을 꾸려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 학교는 방학 중 보충학습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 학교는 “식중독이 아닌 단순 배탈 증세로 판명됐다”면서 급식실·정수기를 정상화하고 28일로 예정된 개학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또한 전날 했던 신고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주 가량 걸리는 것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이른 결론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감 B씨는 “학생들 대부분 증세가 호전됐고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기숙사 학생 80여명, 교직원 50여명, 운동부 학생 20여명 중에서는 단 한명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식중독일 가능성도 낮고, 혹여 식중독이라고 해도 학교 급식이 원인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2주 정도 걸리는데, 이렇게 되면 학사일정 운영에 심대한 지장이 초래된다”면서 “식약청·시청 등이 ‘식중독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해 학교장이 학사 일정을 진행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북도교육청·익산시청 등의 관계자들은 “광주식약청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지난 23일 대응협의체를 통해 ‘문제 없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역학조사관으로서 직접 조사를 진행하는 도청 보건의의 입장은 다르다. 이 보건의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학사 일정을 진행한다면 환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병원균이 없다는 것이 확인이 돼야 학사 일정·급식을 재개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급식 사고 사건들은 전부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실제 문진 조사 결과 잠정적으로 드러난 환자 수가 74명에 달한다고 이 보건의는 밝혔다. 이는 앞서 학교 측이 밝힌 32명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추가 환자는 없다’는 전제가 부정된 셈이다.
이에 따라 노로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역학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건에 대해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광주식약청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 담당자는 도교육청 인성건강과 관계자를 통해 “언론 인터뷰는 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