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

▲ 정군수
등대는 길을 내지 않습니다

 

느린 배를 위하여

 

옛 길에 빛을 열어 놓습니다

 

어둠에 빠지지 말라고

 

소원을 빌던

 

성황당 돌무더기처럼

 

빛을 쌓으며 살아갑니다

 

등대는 빛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길을 열어놓고

 

그 바다에서 스러질 뿐

 

항구로 들지 않습니다

 

작은 바위에서

 

제 몸의 빛으로 살아갑니다.

 

△정군수 시인은 계간 〈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난다〉 〈봄날은 간다〉 〈늙은 느티나무에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