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배를 위하여
옛 길에 빛을 열어 놓습니다
어둠에 빠지지 말라고
소원을 빌던
성황당 돌무더기처럼
빛을 쌓으며 살아갑니다
등대는 빛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길을 열어놓고
그 바다에서 스러질 뿐
항구로 들지 않습니다
작은 바위에서
제 몸의 빛으로 살아갑니다.
△정군수 시인은 계간 〈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난다〉 〈봄날은 간다〉 〈늙은 느티나무에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