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향토방위를 책임지는 육군 제35보병사단 간부와 장병들은 2015년, 아주 의미있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사단이 창설된 후 올해로 꼭 60주년을 맞았고, 58년간의 전주시대를 마감하고 부대를 임실지역으로 이전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변화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대원들은 오는 4월로 예정된 사단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최창규 사단장은 군대를 ‘대한민국 4대 명문대학’이라고 강조하면서, 장병들을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길러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30일 임실에 자리잡은 육군 35사단을 찾아 최창규 사단장에게 사단 창설 60주년 및 부대 이전 1년의 소회와 향토사단으로서의 역할, 달라진 병영문화 등 군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35사단이 반세기 넘는 전주시대를 마감하고 임실로 이전한 지 1년이 됐습니다. 또 올해로 부대 창설 60주년을 맞았는데 소회와 함께 부대 이전에 따른 변화를 말씀해 주신다면.
“임실로 부대를 옮긴 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설과 환경이 좋아지면서 지난해 단 한건의 인명사고도 없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부대 표창을 4개씩이나 받았는데 이 또한 여건이 좋아지면서 부대원들이 전투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 부대 이전 초기에 임실지역 일부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습니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화합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향토사단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입니다. 우선 부대 이전사업으로 인해 삶터를 잃고 떠나야 했던 주민들을 부대로 초청해서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드리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또 지역 농산물 사주기와 농촌 일손돕기, 전통시장 장보기, 임실종합운동장에서의 신병수료식 등을 통해 주민들과 유대관계도 강화했습니다. 무엇보다 임실군의 가치를 높이는데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임실에는 35사단과 함께 군 단위 지역에서는 찾기 힘든 국립호국원이 있습니다. 호국정신을 계승, 충절의 고장으로서의 지역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 부대 이전으로 임실지역 경제에 끼친 파급효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2000여명의 인구 유입 효과를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지방 재정수입 증대와 함께 장병·군인가족의 소비지출 등에서 경제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또 1년에 20차례 열리는 신병수료식을 지역에 기여하기 위해 부대가 아닌 임실공설운동장에서 축제분위기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한 달에 2번씩은 간부들의 점심식사를 임실읍 내 식당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사단 이전과 함께 최신 시설을 갖추면서 장병들의 병영생활에 달라진 점도 많을텐데요.
“병영생활관이 침상형에서 침대형으로 바뀌었고, 체력단련실과 독서실·사이버 지식정보방 등을 갖춰 장병들이 보다 활기찬 병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또 군악대는 물론 14개 시·군 순회공연을 할 만큼 댄스와 탈춤·태권무 등 동아리 활동도 활발합니다. 조만간 동아리 경연대회를 실시해서 우수 동아리를 선발, 이번 설에 전주한옥마을에서 길거리 공연을 열 계획입니다. 설 명절에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우리 장병들의 끼를 보여줄 생각입니다.”
- 올해 사단 창설 60주년을 맞았습니다. 60주년 기념행사를 소개해 주신다면.
“우선 부대정신 선양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35사단은 정유재란 때 전주성을 지킨 충경공 이정란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려 부대명을 충경부대로 정했지만,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조형물이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 부대 내에 이정란 장군의 동상을 건립, 호국정신을 기릴 계획입니다. 또 전북지역 14개 시·군을 담당하는 각 연대와 대대도 고장을 수호한 역사적 위인을 부대 이름으로 정한 만큼, 여기에 맞는 부대정신 찾기 사업을 펼칠 것입니다. 또 사단 창설기념일이 있는 4월에는 35사단에서 근무한 전북도민 초청행사와 병영체험, 민·관·군 화합축제 한마당 행사 등을 열어 도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갈 계획입니다.”
- ‘최고의 명문대학, 군대’를 육성하겠다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면.
“요즘 우리 사회와 가정에 어른이 없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선임병과 간부가 어른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가정과 학교·사회에서 부족했던 인성교육을 군대에서 해보자는 취지에서 명문대학이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군대에서 희생과 봉사·협동정신을 가르쳐 훌륭한 민주시민을 양성하자는 취지입니다. 이같은 뜻에서 매일 저녁 한 시간씩 장병들에게 책을 읽도록 했고, 사회 봉사활동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 사단장은 총장, 연대장·대대장은 단과대학 학장, 초급 간부는 교수, 장병들은 명문대 학생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군복무에 임하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향토사단장으로서 전북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강원도에서 태어났지만 저는 이제 전북도민입니다. 재직 기간 전북 발전을 위한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35사단 용사들의 40%가 전북도민입니다. 향토사단에서 군 생활을 하고 다시 전북도민이 될 젊은이들에게 더 따뜻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직업군인인 간부들과 달리 사심없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용사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격려를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 [최창규 제35보병사단장은] 장병들과 소통 '작전 전문가'
육군 제35보병사단 장병들은 모두 사단장인 최창규 소장(54)이 일일이 나눠준 명함을 갖고 있다.
명함에는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조국에 아무 사심없이 헌신하는 여러분을 존경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은 존경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 스스로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사단장이 건넨 특별한 명함이다.
지난해 4월 육군 35보병사단의 제35대 사단장으로 취임한 최창규 소장은 강원도 횡성 출신으로 1982년 3사 19기로 임관했다. 제7포병여단장과 육군본부 정보작전 1차장 등을 역임, 작전 분야 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사단장 취임과 함께 ‘최강의 향토사단’· ‘전북의 방패’· ‘최고의 명문대학 군대(軍隊)’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최 사단장은 “지역민에게 신뢰받는 최강의 향토사단 육성에 노력하는 동시에, 국가관 함양과 인성교육 등을 통해 장병들을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육군 제35보병사단은] 1955년 창설 전주에서 58년 향토 방위·지역 발전 이바지
육군 제35보병사단은 1955년 4월 20일 강원도 화천에서 창설돼 같은 해 6월 5일 전주시로 이동했다. 전주시 송천동에 자리잡은 35사단은 이후 전북의 향토방위를 책임지는 부대로 도민들과 함께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1월 2일에는 부대를 임실군으로 이전, 58년 전주시대를 마감하고 미래 100년 임실시대를 여는 지휘소 개소식을 거행했다. 새로 터를 잡은 임실 부지는 이전 부지보다 7배나 넓은 735만㎡에 이르고, 현대화된 병영시설과 교육훈련시설로 전투형 군대 육성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부대 이전 1년을 맞은 올해는 사단 창설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35사단은 창설 이후 지리산 개발사업과 호남고속도로 건설사업 등에 대규모 병력 및 장비를 지원, 국가발전에 일익을 담당했으며 1968년에는 신병교육대대를 창설하여 정예 신병을 양성하고 있다. 또 1980년대에는 포병대대와 병참선 경비대대, 방위병 기동중대 등을 창설했고 전투경찰로부터 해안경계작전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향토방위와 국가안보·지역발전에 노력해 온 35사단은 숱한 부대표창을 통해 그 업적과 위상을 확인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통합방위태세 확립 최우수 부대로 선정돼 대통령 부대표창을 받았다. 또 충무훈련 유공 국방부장관 표창, 전투준비태세 지상작전 우수부대 및 대침투 정보활동 우수부대 합참의장 표창까지 받아 부러움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