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천만 관객 돌파가 공연무대에서도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기록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난타를 관람한 관객 수는 1008만 5010명. 경이로운 숫자다. 1997년 첫 무대를 올렸으니 17년 동안의 성과다.
장기공연 무대의 역사 뒤에는 재미있는 기록이 이어진다. 공연에 사용된 채소의 양은 자그마치 36만9129kg. 잘려나간 오이 31만2900개, 당근 31만2900개, 양파 12만5160개, 양배추21만9030개의 무게다. 연주 악기로 대체한 도마 2070개, 칼 1만 8975자루가 사용됐고 난타를 거쳐 간 배우도 143명이나 된다.
처음 난타가 만들어졌을 때 공연계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실험을 주목했지만 성공을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통적인 사물놀이 가락을 현대적인 공연 양식에 접목시키고 두드림의 신명을 예술적 경지로 풀어낸 새로운 양식이긴 하지만 대사 한마디 없이 100분을 끌고 나가는 낯선 형식에 의구심이 컸던 탓이다. 그러나 ‘난타’는 공연예술의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콘텐츠의 힘이었다. 에든버러에 이어 2004년에는 아시아 처음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고 세계 300개 가까운 도시를 순회하며 관객을 만났다. 국내 전용관 뿐 아니라 방콕 전용관을 연데 이어 올해는 중국 광저우에도 전용관을 연다. 중국법인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세계로 진출하는 난타의 특별한 행보가 반갑다. 성과는 또 있다. 난타와 같은 실험적 양식의 작품이 더해지고 장기공연 무대가 늘고 있는 공연계의 변화다. 그러나 아직 제 2의 난타는 보이지 않는다. 이유가 따로 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