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속에 그려진 보름달

▲ 김형중
거친 손으로 뜯겨지는 월력月曆이

 

초라한 모습으로 내동댕이쳐질 때

 

희멀건하게 바래져가는 나이테로

 

바라보는 둥근달은 수만 년을 그대로인데

 

우리들의 착시錯視로 반달이 되었다더라.

 

머리끈 질끈 동여맨 채로 달려 온 비포장 길

 

이제는 속마음을 열어 싸여진 찌꺼기들을 뱉어내자.

 

세상 누군들 슬픈 사연 없는 이 어디 있으랴만

 

헐레벌떡 뜀박질한 세월을 뒤돌아보며

 

편한 자세로 마주앉아 시원하게 쭉 들이키는

 

막걸리 잔에다 덩그런 보름달을 담아 마셔버리자.

 

△김형중 수필가 겸 시인은 계간 <문예연구> 로 등단, <허수아비들의 노래> 등 3권의 시집을 냈다.